실내마스크는 곧 벗지만…전문가들 "엔데믹은 멀었다"

대중교통 등 일부 제외하곤 '마스크 없는 일상'
당국 이미 작년에 "엔데믹 향한 출구전략" 언급
실내마스크 해제로 '봄과 함께 엔데믹' 기대 커져
다수 전문가 "유행은 반복될 것…올봄에 또온다"
"중국과 국내 유행 겹치면 규모 더 커질 가능성"

오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가 '의무'에서 '권고'로 바뀐다. 정부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만으로 딱 3년이 되는 20일에 이 같은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버스·지하철· KTX ·택시 등 대중교통과 병원·약국, 요양병원을 포함한 감염 취약시설에서는 당분간 마스크 착용 의무가 그대로 유지된다. 황진환 기자

설 연휴부터 오는 30일부터 많은 일상생활이 마스크에서 해방된다.
 
대중교통, 요양시설, 병원 등을 제외하고 식당이나 카페를 출입할때나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교나 직장 생활을 할때나 이젠 마스크 착용이 자율에 맡겨진다.
 
마트, 극장, 실내 운동시설 등 다른 일상 편의시설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국민들은 대중교통을 빼고는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쓸 일이 거의 없어지게 된 것이다.

 

국내 상황은 안정…중국발 영향도 제한적


 
황진환 기자

정부가 실내 마스크 해제를 발표하게 된 것은 우려했던 중국발 입국자를 통한 확산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정부가 제시한 요건은 △주간 환자 발생 2주 이상 연속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전주 대비 감소·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동원가능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동절기 추가접종률 고령자 50% 이상·감염취약시설 60% 이상 등 4가지인데 이중 3.5가지가 충족됐다. 고령자 접종률만 34.5%로 기준보다 낮았다. 애초 정부는 이들 지표 중 2가지만 충족돼도 실내마스크 해제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었다. 이 4가지 지표는 국내 유행 상황과 연관이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등 해외 요인도 국내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는 해제 시점을 30일로 못 박을 수 있었다.

 

실내마스크 해제, 엔데믹의 신호탄일까


황진환 기자

당국의 이런 판단이 조만간 엔데믹(풍토병화)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일찌감치 지난해 하반기에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취급하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이 9월 16일 브리핑에서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에 대한 종식이 이어질 때 우리나라만 뒤쳐져서는 안 된다"며 "출구 전략에 대한 준비는 지금부터 해 나가야 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겨울철 재유행 영향으로 이런 장밋빛 전망은 사그라졌지만, 일상회복의 시계가 빨리지면서 다시 엔데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와 함께 인플루엔자(계절독감)이 동시에 유행한 7차 유행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던 것도 희망을 부풀게 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옛날 스페인 독감하고 똑같이 4년 차에 들어오면서 이제 토착화되는 과정을 밟는 것 같다"면서 "오는 4월 따뜻한 봄이 되면 그때는 마스크에서 완전히 자유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실내마스크 완전 해제와 확진자 의무 격리 기간(현행 7일) 단축.폐지 등을 검토하면서 일상 회복을 위한 연착륙을 추진할 예정이다.
 

독감 같은 코로나?…"김씨와 이씨가 같은 사람인가"


 
황진환 기자

하지만 다른 많은 전문가들은 실내마스크 해제가 팬데믹(대유행)의 종식을 위한 중간역이 될 것이란 기대는 '희망 사항'이라고 일축한다.
 
실내마스크 해제는 더 이상 코로나19 유행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 내놓은 결정한 게 아니라, 불편한 상황을 계속 유지하게 쉽지않아 내놓은 방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코로나 발생이 후 3년간 이렇게 마스크를 쓰면서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과태료로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라며 "실내마스크를 벗으면 바이러스에 하루 1시간만 노출되던 것이 10시간 노출되는 데 이런 점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도 실내마스크 해제가 어느정도 유행 규모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고 있다. 이때 가장 큰 피해는 고령층 등이 입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당국도 우려한다.
 
엔데믹의 근거가 되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독감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겨울이나 봄 등 한정된 시기에만 유행하는 독감과 달리 코로나19는 사계절 내내 3~6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둘 간의 가장 큰 차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와 독감은 바이러스 자체가 다르다. 가령 김씨와 이씨가 전혀 다른 사람인 것과 같다"면서 "코로나19 치명률이 독감보다 못하다고 했다가 백신 접종을 권할때는 중하다고 했다가 정부가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학·해외여행·마스크 해제…유행의 새로운 변수


박종민 기자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 봄에 새로운 유행이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인은 개학과 해외여행을 통한 국내 유입 등이다.
 
김 교수는 "겨울방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돼서 확진자가 줄어든 것"이라면서 "설 연휴 때 국내 또 국제 이동이 많아지고 중국인들이 태국 등 동남아로 많이 여행을 가고 한국 사람들도 동남아로 가면 간접적으로도 바이러스가 들어올 수 있다"고 전했다.
 
올 봄에 중국과 유행이 겹치면 7차보다 더 큰 유행이 올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신 상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중국이 모두 3, 4월에 유행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면서 "개학을 해도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감염자가 7차 유행때보다 많아 질수 있다"고 걱정했다. 중국발 입국 제한을 이때까지 유지할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독감처럼 되려면 "독감 같은 수준의 효과적인 백신과 항바이러스제가 나와야 한다"면서 "그렇게 가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제 상황을 무시하고 선언을 강행하지 않은 한 올해 안에 엔데믹을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몇년은 더 걸려야 할 것"이라며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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