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지수 폭로=무혐의…연예인 학폭 고소전 운명은?

배우 지수. 황진환 기자
배우 지수가 학교폭력(이하 학폭) 최초 폭로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불기소 처분'(혐의없음)이 나왔다.

2021년부터 시작된 연예계 학폭 폭로로 현재 여러 건의 송사가 진행 중인 상황. 과연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다른 사건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먼저 지수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폭로자들 측이 제출한 동창생들의 사실확인서가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근거로 "고소인(지수)이 학교폭력을 했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또 '허위 사실로 연예계 매장 등 명예가 침해됐다'는 지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작성된 댓글과 관련된 사실 또한 진실된 사실로 보여지고, 고소인에 대한 학교폭력 내용은 공적 관심 사안으로 판단된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내용을 작성한 만큼 고소인 스스로 명예훼손 위험을 자초했다"고 판단했다.

폭로자들의 '혐의없음' 이유에 대해서는 "피의자(학폭 폭로자)가 고소인에 대한 댓글을 작성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며 공공의 이익이 인정되는 만큼 비방의 목적 또한 없다"고 밝혔다.

결국 폭로자들 측이 제출한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면서 학폭 폭로를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렵게 됐고, 폭로 행위 역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왜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연예인 학폭 사건에 이 같은 판결을 내리게 된 것일까.

학폭·교육 전문 전수민 변호사는 "연예인이 학폭 가해자였다는 것을 대중들이 알게 되는 걸 가십성, 사생활 영역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를 공공의 이익으로 봤다는 건 최근 학폭, 성폭력, 아동학대 등 폭력에 엄정해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거 같다"고 짚었다.

이어 "피해자 보호 관점이 작동했고,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요즘도 목격자들은 진술을 잘 하지 않는데 정도가 심했기에 동창생들도 도와줬을 것이고, 사실로 볼 만한 객관적 증거가 충분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홍민정 변호사는 "법원이 피해자 손을 들어준 건 바람직한 일"이라며 "유명인에 대한 학폭 폭로가 계속 나오는 게, 제도적인 피해 회복이 안 되니 결국 '폭로'라는 사적 조치로 가는 경향이 있다.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들이 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관점에서 이런 판결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다.

배우 조병규, 박혜수, 남주혁.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노컷뉴스 자료사진
연예인이 학폭 폭로로 인해 작품, 광고 등을 하차하게 되면 통상 거액의 위약금 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대다수 사건들에서는 '금전적 피해 보상'을 하라며 민사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하 손배소)도 함께 진행된다. 지수 역시 폭로자들에게 손배소를 제기했다.

전 변호사는 "보통 민사와 형사는 별개라고 하는데 사실적으로는 따라간다. 형사가 무혐의가 나오면 민사도 인정이 안된다. 결국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홍 변호사는 "법리가 조금씩 달라서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보통 형사가 인정되면 민사도 위법성이 인정되는데, 형사 위법성이 인정이 안됐다고 민사가 인정이 안 되진 않는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배우 남주혁, 조병규, 박혜수 등이 학폭 폭로자들에 대한 고소를 시사했거나 진행 중이다. 또 이후에도 유명인 학폭 사건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전 변호사는 해당 판결이 다른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결국 (학폭 폭로 내용의) 사실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표 판례가 되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연예인, 유명인들이 폭로자, 피해자들을 섣불리 고소하지는 못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일반 학폭 예방에는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학폭 가해자인 청소년들도 피해자가 추후 학폭을 폭로하면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된다"고 덧붙였다.

홍 변호사는 "학폭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상황이라 다른 사건들도 영향을 조금 받긴 할 것"이라며 "(폭로자들 측의 주장이) 진실인 사실에 부합하다고 봤기에 공공의 이익이 인정된 것이다. 그렇게 인정되면 위법성 조각 사유가 돼서 죄를 물을 수가 없다. 다만 개별 법원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어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완전히 성립된 판례로 보긴 어렵다"고 답했다.

또 "학폭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고, 그런 측면에서 피해자 회복을 두고 최대한 배상하기 위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피해자, 공동체 회복과 같은 절차들을 안전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제도적으로 노력하는 단계이긴 한데 단순히 처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원만히 봉합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수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고에 이어 재정신청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수는 2021년 10월 입대해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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