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뒤 美 FOMC의 선택은? 한은, 2월 금리 동결할까?

7연속 금리인상 한국은행
2월 금통위에서 '숨돌리기' 나설까
이창용 "물가에 중점, 경기·금융 안정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생산자물가 2개월 연속 하락…물가상승 둔화 조짐
"미국 금리 5% 넘는다" 연준 인사들의 연이은 매파적 발언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올 상반기 통화정책 운용 방안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인상해 연 3.5%까지 올린 한은이 속도조절에 나설지, 아니면 최종금리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 '고물가의 고착화'에 적극 대응할 지가 관전포인트다.


7연속 기준금리 인상…올릴만큼 올렸다


박종민 기자

현재까지 시장에서는 한은이 그간 급박하게 기준금리를 높여온 만큼, 올 상반기에는 '숨돌리기'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1757조 969억원) 규모를 감안하면 차주의 이자부담도 거의 한계에 다달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올해는 물가 상승률이 5%로 시작해 연말에 3% 정도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 경기, 금융 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때까지만해도 통화정책 방향이 고물가 억제에 있다고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지나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과 채무불이행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등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로 언급한 셈이다.

특히 한은이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7차례 연속 인상하며 강력한 긴축 정책을 실시한 만큼, 올해는 물가 상승 둔화 곡선을 보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한은이 지난해부터 지목한 최종금리 수준까지 올라섰다.

올해 1월 금통위에서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놓고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금통위원도 있었지만, 기준금리를 마냥 올리기에는 한은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생산자물가 하락 '청신호'…2월 금리 동결 가능성


류영주 기자

문제는 향후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 추이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피봇(pivot, 통화정책 방향전환) 시기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96(2015년 100기준)으로 전월대비 0.3% 하락했다.

국제유가와 환율 하락 영향에 지난달 공산품을 중심으로 생산자 물가가 2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한은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은 서정석 물가통계팀장은 생산자물가 하락 배경에 대해 "농림수산품 등이 올랐지만, 국제 유가와 환율이 떨어지면서 석탄·석유제품 등 공산품의 물가가 내린 영향"이라고 말했다. 또 "식료품·전기·도시가스·석유제품 이외의 부분을 보면 상승세가 둔화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격으로 통상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평균 5%를 웃돌았던 국내 소비자물가가 올해 3%대까지 내려온다면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도 가능해진다.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여전히 5%대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7월(6.3%)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둔화됐다.

만약 1월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세가 꺾인다면 다음달 23일에 열리는 2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에서 1년 만에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월 금통위가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놓을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은 시장의 오판 가능성을 줄이려는 시도"라며 "앞으로 급격한 물가 상승 압박 요인이 생기지 않는 한 현재의 3.5%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美 연준, 기준금리 5% 훌쩍 넘긴다…연일 매파적 발언


연합뉴스

하지만 외부 변수는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미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5%대까지 올릴 것이란 강력한 긴축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인플레이션을 부추키는 요인들이 여전히 많은데다, 노동시장 역시 타이트해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미 연준 2인자로 통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19일(현지시간)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연설에서 "최근 완화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목표치 2%에 도달한다는 확신을 갖기까지 당분간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같은 날 "5%를 약간 웃도는 수준까지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며 "이후에도 그 수준에서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연준 내 대표적 매파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5.25% 이상의 최종금리를 제시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인데, 연준이 12월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올해 말 금리 전망치는 5.0~5.25% 수준이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월가의 대표 인사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역시 "기저 인플레이션이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5%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미국이 가벼운 경기침체를 겪을 경우 금리가 6%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강력한 긴축 신호를 보대는 미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 배경에는 여전히 식지 않은 노동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건으로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 전망치 21만4천건보다 크게 낮은 규모다.

미 연준은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과열된 노동시장이 임금 상승을 부추겨 물가상승을 압박하는 악순환에 들어설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연준이 올해 상반기에도 긴축기조를 이어가면 한미금리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투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 한은으로서도 고민이다.

미 월가에서는 이달 31일~2월1일에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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