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앞둔 20일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광폭행보를 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며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안철수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외연 확장을 위한 보폭을 넓혔고, 최근 지지율이 급등한 김기현 의원은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하며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명절인사를 건넸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당이 현재 전당대회 과정에서 분열의 양상을 보이는 것을 우려하셨다"며 "분열되지 않고, 전당대회가 끝나더라도 하나로 합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이 전 대통령 예방은 '수도권 당대표론'을 내세운 외연 넓히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예방에 동행한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두 분이 공통점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은 포항 TK 출신으로 서울에서 국회의원과 시장을 했고, 안 의원도 경북 영주 출신에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도 그런 얘기를 하면서 '고향이 영남이고 서울에서 활동해서 모든 선거에서 유리하다', '내년 총선도 수도권에서 이겨야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안 의원이 좋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기현 의원에 대한 견제도 이어갔다. 그는 이날 KBS라디오에 "현재 당내 공포 분위기는 김 의원이 만든 것"이라며 "김장연대, 연포탕 등 이런 말장난 자체가 국민에게 큰 실례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김 의원은 이날 울산 노인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설 명절인사를 드리는 것을 포함해 지역 복지관과 재래시장 등을 돌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김장연대'를 통해 지지율 올리기에 성공한 김 의원은 앞으로 '연대'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굳히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기현캠프 윤희석 공보총괄본부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당원들은 무엇보다도 대통령과의 소통이 원활한 부분에 대해서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윤심'을 앞세우면서도 "대통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을 모으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은 당이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라며 '통합'의 메시지를 함께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안 의원의 비판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어 출마를 고민하는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 "누구든지 뜻을 같이하면 힘을 합쳐서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며 "전당대회 결선투표와 관련한 여러 분석은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