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탁구 국가대표 출신 양하은(29·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국내 최고 권위 대회에서 9년 만에 여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양하은은 3관왕을 달성하며 팀의 전관왕에도 힘을 보탰다.
양하은은 1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6회 SeAH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소속팀 후배 유한나를 3 대 0(11-6 11-5 11-4)으로 완파했다. 2014년 제68회 대회 이후 9년 만에 단식 정상에 등극했다.
이번 대회 3관왕의 영예도 누렸다. 이미 전날 유한나와 함께 여자 복식 우승을 합작한 양하은은 단식 결승에 이어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결승에서 대한항공을 3 대 1로 눌렀다. 양하은은 유한나와 함께 나선 1복식에서 김하영-이유진을 2 대 1(12-14 13-11 11-9)로 누른 데 이어 4단식 에이스 맞대결에서 이은혜를 3 대 0(15-13 12-10 11-5)으로 완파했다. 이은혜는 지난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에 있었지만 양하은의 관록에 막혔다.
양하은은 2010년대 한국 여자 탁구 에이스로 대표팀을 이끈 바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식 동메달을 따낸 양하은은 2015년 쑤저우세계선수권에서는 쉬신(중국)과 함께 혼합 복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8 할름스타드세계선수권(단체전)에서는 남북 단일팀의 동메달도 견인했다.
최근 후배들에게 밀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했지만 양하은은 지난해에 이어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해 한국프로탁구리그 여자부 초대 MVP에 이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까지 3관왕에 등극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물론 이번 대회 최효주, 서효원(이상 한국마사회), 이시온(삼성생명)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 대회 출전으로 일부 빠지긴 했지만 양하은은 후배들을 능가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양하은은 "9년 전 첫 우승 때 기억이 생생하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나 다시 우승해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국제 무대에 자주 나가 랭킹을 더 끌어올려서 (한국 탁구에) 기여할 부분이 남아 있다면 기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8년, 2019년 대회 2연패에 이어 4년 만에 단체전 정상을 탈환했다. 2016년 대회까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대회 통산 4번째 단체전 우승을 일궈냈다.
또 혼합 복식에서 김나영이 박강현(한국수자원공사)과 정상을 합작하면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대회 전 종목을 휩쓸었다. 팀 창단 사령탑인 김형석 현 화성시청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전혜경 감독이 지난해 프로탁구리그 우승에 이어 최강의 명성을 잇고 있다는 평가다.
전 감독은 "유한나, 김나영 등 어린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줬고, 특히 양하은이 맏언니로써 버텨주면서 큰 힘이 됐다"고 승인을 짚었다. 이어 "제자들을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자 단식에서는 우형규(미래에셋증권)가 박정우(한국수자원공사)를 3 대 1(9-11 11-9 11-4 11-7)로 눌렀다. 우형규는 전날 남자 단체전까지 2관왕에 올랐다.
미래에셋증권도 대회 3관왕을 달성했다. 전날 남자 복식에서 '10대 듀오' 박규현(18)과 오준성(17)이 김대우-곽유빈(국군체육부대)를 3 대 2(7-11 7-11 11-9 11-9 11-9)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박규현은 고교 1학년까지 마치고 지난해 초 미래에셋증권에 입단해 9월 열린 실업챔피언전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오준성도 고교 1학이던 하반기 아버지인 미래에셋증권 오상은 감독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오준성은 지난해 8월 제38회 대통령기 전국탁구대회 남자 일반부 개인전에서 실업팀 형들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