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美핵무기 배치? "도덕적 해이 부를 것"

thebulletin 캡처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은 안 되지만 미국 핵무기의 재배치는 필요할 수 있다는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핵무기 재배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은 미국의 또 다른 전문가 그룹의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원자력과학자회보(The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회보)는 19일(현지시간) '미국에 놓인 비핵산과 관련한 새로운 문제 : 한국'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한국에 주류 담론이 된 핵무기 재배치 또는 핵 자체개발 요구를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미국의 한반도 핵정책에 새로운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글은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주류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우선 미국이 그동안 약속해온 확장억제(핵우산)만으로는 한국인이 안보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화염과 분노' 발언, 바이든 정부의 '핵 선제 사용론' 등이 보여주듯, 미국의 확장억제는 한국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언제든 한반도를 핵전쟁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걱정을 한국인들에게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이 핵무기를 임대하거나(재배치) 직접 개발하는 방안을 더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글은 그러나 핵무기 재배치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될 뿐 더러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핵무기 재배치는 미국이 밝혀왔듯이 김정은 참수 작전에 돌입했다는 신호를 줌으로 써 북한의 두려움을 고조시켜 한반도 긴장상태를 더 고조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남한에도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핵무기 배치가 일부 한국인들에게 북한의 위협에 더욱 용감하게 나서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핵무기가 재배치되더라도 미국이 핵무기를 운용하는 한 (운용의) 투명성, 한미 협력 등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핵무기를 언제 무슨 이유로 사용할 것인지 솔직한 의사소통도 필요하고, 핵 사용을 피하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조건 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보는 특히 핵무기 재배치는 한국인들의 여론과도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글이 인용한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의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인들의 2/3는 미국 핵무기의 재배치보다는 자체 핵무기 개발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 한국산 핵무기보다 미국산 핵무기를 선호한다는 반응도 10% 미만이었다. 미국 핵무기 재배치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 여론도 40%인데 반해 자체 핵무기 개발 반대 여론은 26%에 불과했다.
 
회보는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의 핵무기 재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물론 회보가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에 찬성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글은 미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한국의 충동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이 핵무기를 자체 개발하는 경우 강력한 제제와 처벌이 뒤따라 매우 막대한 비용을 치를 것이라는 점을 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전날 워싱턴DC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을 북핵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확장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은 절대 안 된다고 못박으면서도 핵무기 재배치와 관련해서는 재배치할 때를 대비해 준비작업을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따라서 이날 회보의 글은 CSIS의 보고서를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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