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복귀 안 해도 되죠?" 폭소 터진 질문, 진땀 흐른 현답

'감독님, 보고 계신가요?' 우리카드 선수들이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1(14-25 25-20 26-24 25-16)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KOVO

공교롭다. 사령탑이 유고로 빠진 상황에서 선두권 팀들을 연파했다. 그들 중에는 올 시즌 전패를 안았던 천적까지 포함돼 있었다.

우리카드가 프로배구 남자부 1, 2위를 달리는 팀들을 잡았다. 대한항공에 이어 '천적' 현대캐피탈까지 깼다.

우리카드는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1(14-25 25-20 26-24 25-16)로 이겼다. 지난 14일 1위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 대 2(22-25 26-24 25-22 22-25 21-19)로 누른 데 이은 기분 좋은 승리다.

특히 우리카드는 신영철 감독이 부재 중인 가운데 연승을 달렸다. 신 감독은 대한항공과 경기를 앞두고 미들 블로커 이상현, 백업 세터 한태준과 함께 코로나19 확진으로 선수단에서 격리됐다.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과 김동민마저 확진돼 이탈했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더욱 똘똘 뭉쳤다. 1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줬지만 2세트부터 수비 조직력과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흐름을 바꿨다. 리시브가 안정감을 찾자 아가메즈, 나경복 등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아가메즈가 양 팀 최다 25점, 나경복이 팀 최다 서브 득점 3개를 올렸고, 김지한을 대신한 송희채도 팀 최다 블로킹 득점 3개로 팀 승리에 공헌했다. 정성규는 3세트 결정적인 서브 에이스로 26 대 24, 듀스 접전을 끝냈다.

승리 후 우리카드 김재헌 수석 코치는 "1세트에 선수들이 너무 집중력이 떨어져서 바로 잡으려고 다그치기도 했다"면서 "2세트부터 집중력이 많이 올라와 적재적소에 선수들이 다 잘해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1세트 때 분위기가 다음 세트까지 가면 질 거 같아서 점수판을 보지 말고 우리 배구를 하자고 한 게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우리카드 김재헌 수석 코치(가운데)가 19일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이날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코로나19로 14일 대한항공과 경기부터 자리를 비웠다. KOVO


마침 신 감독이 없을 때 대어를 거푸 낚았다. "이런 상황이 공교롭다"는 말에 김 코치는 "마음이 좀…"이라며 짐짓 식은 땀을 흘리면서도 "경기 끝나자마자 (감독님께) 전화 드렸는데 너무 잘 했다고 칭찬해주셨다"면서 "대한항공과 경기에서도 급해서 어쩔 줄 몰랐는데 다 모니터해주신 뒤 많은 조언을 주셨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팀이 잘 나가는데 신 감독이 더 쉬어도 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다소 짓궂은 질문에 김 코치는 "감독 자리의 무게감을 느꼈다"면서 "좋은 책사로서 제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감독님이 복귀하시면 나는 책사로서 조언하고 보필해서 좋은 분위기가 연결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승리 주역 아가메즈는 신 감독과 동료들의 갑작스러운 이탈에 대해 "구성원이 힘들고 아픈 상황에 옆에 있는 코칭스태프가 이겨내려고 하는 게 보였다"면서 "그래서 모두가 뭉쳐 하나의 팀이 된 게 주효했고 스스로 이겨내 뜻깊고 감독님도 자랑스러워 해도 될 것"이라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감독님의 승리이기도 하다"면서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면 팀이 얼마나 더 똘똘 뭉칠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천금의 서브 득점을 기록한 정성규도 "구성원도 많이 없고 감독님이 안 계신 상황일수록 선수들끼리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팀 상황을 전했다. 이어 "누가 없다고 해서 처진 게 아니고 하자는 의지가 강했다"고 연승 비결을 귀띔했다.

사령탑 없이 1, 2위를 잡았는데 신 감독이 복귀한 뒤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역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과 함께 취재진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에 정성규는 "선수들 분위기가 원체 좋다"면서 "감독님과 빠진 선수들이 오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꾹 참고 답했다.

"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이 나왔다. 이에 정성규는 "무조건 이길 것 같다"면서 "다음 경기는 3위인 OK금융그룹이라 잡아야 한다"고 현명하게 답했다. 과연 우리카드가 신 감독과 선수 4명이 복귀한 뒤 오는 22일 설날 당일 OK금융그룹과 홈 경기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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