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안초 불안한 산길 통학…대책 마련 언제쯤?

부산 민안초 전교생 1/4, 최단 경로인 산길 이용해 통학
좁고 가파른 구간 곳곳에 바위…성인도 다니기 위태로워
정비 예산 확보했지만…사후 관리 두고 기관 간 '이견'

부산 민안초등학교 학생들이 통학할 때 이용하는 등산로 모습. 박진홍 기자

부산의 한 초등학교 재학생들이 수년째 등산로를 이용해 불안한 통학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예산까지 일부 마련하는 등 개선 방안이 나오는 듯 했지만, 관계기관이 관리 책임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평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동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등산로. 바닥 곳곳에 바위와 돌, 나무 등이 박혀 있는 흙길로 주민들이 조심조심 지나다녔다. 길이 좁고 가파른 탓에, 맞은편에서 사람이 나타나면 밧줄이 쳐진 길 바깥쪽으로 비켜주는 모습도 보였다.
 
구불구불 이어진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자, 사람이 지나가도 괜찮을지 염려될 정도로 길이 좁아졌다. 그렇게 몇분을 걷다 보니 비교적 넓고 평평한 등산로가 나왔고,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초등학교 건물이 서 있었다.
 
부산 민안초등학교 학생들이 통학할 때 이용하는 등산로로 한 성인 남성이 내려가고 있다. 박진홍 기자

이 등산로는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수영구 민안초등학교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길이다. 수년 전 재개발로 대단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통학생도 자연히 늘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 초등학교 전교생 410여명 가운데 100여명이 이 길로 통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학생들이 굳이 좁고 위험한 산길로 통학하는 이유는 이 길이 학교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산길을 이용하지 않고 도보 통학할 경우 15분 넘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등산로를 이용하면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등산로 끝 부분과 맞닿아있는 민안초등학교. 박진홍 기자

현재 학교 측은 안전을 이유로 등산로를 이용한 통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 반드시 보호자와 동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일일이 지도·감독할 수는 없기에, 등산로 자체를 지금보다 안전하게 정비하자는 의견이 관계기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해당 지역 치안을 관리하는 부산 남부경찰서는 학생 안전에 더해 각종 범죄 예방 차원에서 해당 등산로에 야자매트와 난간, 방범용 폐쇄회로(CC)TV 등 안전장치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가 행정안전부에 특별교부세를 신청해 예산 1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해당 시설의 사후 관리 등을 놓고 기관 간에 이견이 생기면서 보완 작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우선 해당 등산로는 사유지여서 시설물 설치를 위해서는 토지 소유주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소유주는 재산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사용료와 토지 처분 시 원상복구를 조건으로 각종 안전시설 설치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설치한 시설 관리 등을 어느 기관에서 어디까지 분담할 것인지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 길이 통학로가 아니어서 교육청은 관리·처분 권한이 없는 만큼, 등산로를 관리하는 수영구청이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쾌적한 보행권을 보장할 주체는 국가와 지자체로 관련법에 명시돼 있고, 수영구청은 이 산에 이미 다른 구간 등산로에 야자매트나 CCTV 등을 달아 관리하고 있다"며 "어차피 관리하는 김에 수영구 주민인 학생들이 다니는 구간까지 전체적으로 관리해줄 수 없냐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유주가 요구하는 부분은 교육청 역시 최대한 분담하는 쪽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통학 중 사고가 난다면 보험을 통해 대응할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영구가 관리하고 있는 기존 등산로. 바닥에 미끄럼 방지 야자매트가 깔려 있고, 방범용 CCTV도 설치돼 있다. 박진홍 기자

하지만 수영구청은 애초에 이곳은 통학로가 아니며, 등산로로는 충분히 관리하고 있어 추가 보완할 의사가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기존 등산로는 주민 편의 제공 측면에서 깨끗하게 정비해 충분히 잘 관리하고 있다. 구에서 더 보완할 건 없다"며 "계속 등산로를 통학로로 이용하게 해달라고 하는데, 등산로를 통학 목적으로 정비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지도 사유지인 데다, 경찰이 예산을 확보했다면 경찰에서 보완을 추진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실무선에서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자,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오는 26일 현장에서 각 기관장이 만나 해법을 찾아보자며 수영구청과 부산 남부경찰서에 제안한 상태다.
 
이에 대해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일정상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다. 교육감이 현장을 둘러본다고 해, 보고 의견이 있으면 제시해 달라고 답했다"며 "지금 상태로도 등산로 정비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추가 의견을 제시하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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