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민주노총 본부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과 국정원은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해왔으며, 이날 오전부터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13층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들어갔다.
피의자 4명은 민주노총 본부 국장급 간부와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간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관계자(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소속 전 간부), 세월호제주기억관 운영자(민주노총 산별노조 전 간부)로 파악됐다.
국정원과 경찰은 민주노총 본부 뿐만 아니라 서울 영등포구의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전남 담양과 제주에 위치한 전직 간부 자택, 차량 등 총 12곳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은 혐의(국가보안법 8조 회합·통신 등)를 받는다.
경남 창원·진주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제주의 'ㅎㄱㅎ'과는 다른 별개의 사건이지만,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고 지하 조직을 결성하는 수법 자체는 유사한 것으로 방첩당국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을 하면 혐의 확인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무실에 진입하려는 수사관들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대치가 벌어졌다. 실제 영장이 집행된 시점은 오전 11시 30쯤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치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으며, 건물 밖에서는 민주노총 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한 노조원들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폭력적인 노동탄압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 규탄한다', 공안탄압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통상적인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집행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저희가 막거나 거부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에어 매트를 깔고 수백의 경찰 병력을 깔면서 마치 한 편에 '잘 짜인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나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과한 대응에는 뭔가 의도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말 실수한 상황,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야당 채택 보고서로 끝난 문제, 여당 대표 선거에서 나오는 얘기가 이번 압수수색으로 싹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제주와 경남 창원 지역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조사 중이다. 그런 맥락에서 같은 건인지, 별건인지는 제대로 파악 못 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 조작이든 아니든 궤는 같이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최근 북한 지하조직이 제주, 창원 등 전국 각지에 결성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 국정원은 "경찰청과 합동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사건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국정원은 피의자들의 북한연계혐의에 대해 수년간 내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