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위해 지난 16일 소집된 한국 야구 대표팀. 2013년, 2017년 2회 연속 1회전 탈락 수모를 딛고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 등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한국 야구는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충격의 노 메달에 그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룬 디펜딩 챔피언이었지만 13년 만에 열린 대회에서 빈손으로 귀국해야 했다.
자존심 회복을 위한 키 플레이어는 역시 양의지(36·두산)다. 노련한 투수 리드로 국내 최고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는 또한 국내 최고 타자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대표팀 공수의 핵심이다.
양의지는 2007년 KBO 리그 1군 데뷔 이후 통산 1585경기 타율 3할7리 228홈런 944타점을 올렸다. 통산 1546안타에 OPS(출루율+장타율) 0.892를 기록했다. 2015, 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끈 양의지는 2020년에도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견인했다.
다만 양의지는 국제 대회에서는 한없이 작았다. 대표팀에서 통산 31경기 타율은 1할6푼9리(83타수 14안타)에 불과하고 홈런은 1개뿐이다.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는 우승, 2019년 프리미어12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2017년 WBC 1회전 탈락, 도쿄올림픽 노 메달에 머물렀다.
특히 도쿄올림픽에서 양의지는 더욱 극심한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4번 타자로 나섰지만 7경기 타율 1할3푼6리에 그쳤고, 일본과 4강전에서는 4타수 4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주전 포수로 나섰으나 일본과 4강전 2 대 5, 미국과 4강 2차전 2 대 7,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 6 대 10 등 패배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양의지에 대한 WBC 대표팀 이강철 감독(kt)의 믿음은 확고하다. 일단 이 감독은 16일 소집 기자 회견에서 양의지의 도쿄올림픽 등 국제 대회 타격 부진을 의식한 듯 "타석에서 편한 자리를 원하면 줄 것"이라고 배려의 뜻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기록과 성적이 좋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투수들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주전(포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강전 진출의 고비가 될 1라운드 호주와 1차전, 일본과 2차전도 양의지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 감독은 "호주가 아시아권 야구를 하지만 번트를 대는 스타일은 아니다"면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를 뽑았는데 양의지가 잘 리드할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숙적 일본과 경기에서는 타자 양의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 감독은 "일본은 이름만 대면 아는 선수들을 뽑았다"고 경계하면서 "투수력이 워낙 좋으니까 양의지 등이 잘 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점을 낼 수 있으면 작전을 써서라도 해야 한다"면서 "잘 하면 멋진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의지도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이미 양의지는 두산 입단식에서 WBC에 대해 "칼을 갈고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표팀 소집 회견에서도 양의지는 "대표팀에서 부진했을 때는 몸이 안 됐다"면서 "이번에는 준비 잘 해서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생각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부진했어도 결국은 양의지가 해줘야 한다. 과연 양의지가 본인은 물론 한국 야구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국내용'이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