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여의도 KBS 신관홀에서 열린 KBS 2TV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제작발표회에는 박재범, 멜로망스 정동환, 박석형·이창수 PD가 참석해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이하 '박재범의 드라이브')는 30년 간 지속된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갈 신규 뮤직 토크쇼다. 최초로 '연간 프로젝트' 방식을 도입해 올 한 해 장르별 네 개 시즌으로 나눠 각기 다른 MC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첫 타자인 박재범은 힙합, 알앤비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데뷔 15년 차에 첫 지상파 뮤직쇼 MC를 맡게 된 박재범은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건 당연히 다 신중하게 생각한다. 30년 동안 전통이 있었지 않나. 굉장히 영광이고, 제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최선을 다하겠다. 너무 바빠지기 전까지 하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재범의 드라이브'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PD님들, 제작진 분들이 많은 고민과 회의 끝에 여러 제안을 했고, '박재범의 몸매'보다는 '드라이브'가 낫지 않을까 싶었다. 편안하게 드라이브 가면서 음악을 듣고 사담을 나누는 그런 느낌"이라고 전했다.
박재범 진행의 매력은 '즉흥'과 '솔직함'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엔 무려 10번 넘게 출연했지만 막상 MC 입장에서 연구해보니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을 택하게 됐다. 그래서 첫 녹화도 대본대로만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KBS 심야 토크쇼 방송이나 외국 프로그램도 챙겨보면서 많이 연구를 했다. 제 식대로 풀면 되니까. 다 보고 나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겠더라. 제 능력 밖이다. 그래서 많이 내려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대본대로만 하면 제 성향과 달라 말리는 경향이 있었다. 당연히 언급해야 하는 포인트가 있겠지만 진짜 대화를 하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생기면 묻는 등 즉흥적으로 했다. 첫 녹화는 편하고 즐거웠다. 제가 편해야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말은 잘한다. 다만 양희은 선생님을 모셨을 때는 어떤 어휘를 써야 될지 잘 몰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초대하고 싶은 아티스트로는 가수 아이유와 그룹 뉴진스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이 프로그램이 싱어송라이터들에겐 기회가 되는 무대임을 강조했다.
박재범은 "아이유와 뉴진스가 나오면 화제가 될 것 같은데 그만큼 음악성이 뛰어나다. 특히 뉴진스는 아이돌이지만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내주셨다"고 부연했다.
또 "TV에 아이돌 프로그램이나, 경연 프로그램이 많은데 아티스트들이 정말 자기가 창작한 작업물을 편하게 TV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귀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 저도 거기에 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프로그램 정체성을 확실히 했다.
이창수 PD는 "KBS 뮤직쇼에 갖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을 깨고자 박재범을 섭외했다. 커리어 자체가 그렇다. 조금 더 새롭게, 요즘 시대에 맞는 진행 방식이고, 기대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듣는 즐거움이 있는 방송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KBS 이미지가 세련되고 앞서가는 것 같지 않아서 우리 프로그램 시작으로 젊어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기획의 중점 역시 '선입견과 편견을 깨자'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보편성에 초점을 뒀다면 '개별성'과 '관점'에 초점을 둬서 요즘 트렌드에 맞게 '주방장 특선'(오마카세) 형식으로 새로운 느낌의 요리가 나왔으면 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방장의 변화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멋지게 음악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고, 30년 동안 계속 해 온 뮤직쇼의 무대를 이어서 누를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음악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저희 밴드는 학교 동문들로 이뤄져 있어 10년 넘게 함께 음악을 했다. 현재 신에서 가장 활동을 많이 하고, 크러쉬, 자이언티, 방탄소년단 등 이름만 들으면 아는 뮤지션들의 음악 감독이나 밴드마스터를 했던 연주자들이다. 젊은 느낌의 밴드라서 시청자들도 보는 재미, 듣는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렇다면 왜 KBS 뮤직쇼는 이전에 없던 시즌제 4MC(MC 4인) 구성을 모색한 것일까.
전작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MC 유희열의 표절 논란에 의해 막을 내렸기에 단독 MC 리스크를 감안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박석형 PD는 "리스크 때문은 아니다. 더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는데 프로그램 색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MC라고 생각했다. 시장 환경이 빨리 변하고, 좋은 음악들이 각 신에서 나오는데 그게 고르게 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30년 동안 뮤직 토크쇼를 이어오긴 했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전과 단절하고,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한 결과가 시즌 MC제였다"고 분명히 구분을 뒀다.
다른 음악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으로는 MC 박재범의 헌신을 들었다. 신인 아티스트를 '샤라웃'(Shout out·존경을 표한다는 뜻의 힙합 용어)하는 노력이 '오디션'이나 '경쟁' 없이도 충분히 빛을 발했다는 설명이다.
이 PD는 "무대만 올라오는 게 아니라 박재범이 VCR도 찍는다. 신인 아티스트를 '샤라웃'하기 위해 미리 만나서 의견을 나누는 거다. 따로 작업 하나가 더 있어야 해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오디션'과 '경쟁'은 하지 않겠단 생각이었고, 그렇다면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지 고민이 있었다. 그럴 때 박재범처럼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가 어떤 아티스트를 재발견, '새 발견'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KBS 2TV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는 오는 2월 5일 밤 10시 55분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