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주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법률심판대에 오를지 여부가 18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대재해법이 사실상 '사문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단독(강희경 부장판사)은 18일 두성산업에 대한 본안사건 기일 공판을 진행한다.
앞서 지난해 2월 경남 창원시의 에어컨 부속자재 제조업체 두성산업㈜에서는 16명의 노동자가 세척제(트리클로로메탄)로 인해 급성 중독돼 직업성 질병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이로 인해 두성산업은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업이 됐다.
두성산업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담당 재판부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을 위배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화우는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제4조 제1항 제1호, 제6조 제12항)이 헌법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양측 증인신문을 모두 마친 뒤 위헌제청 신청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18일)이 마지막 증인신문이 열리는 본안사건 기일 공판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곧바로 신청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재판부가 두성산업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면 두성산업 사건 재판은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정지된다.
더 나아가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실제 처벌 사례는 한 건도 없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관련 모든 사건의 기소·재판 절차가 사실상 '올스톱'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재판부가 두성산업 신청을 기각하더라도 두성산업과 화우가 곧바로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지만, 재판부가 직접 신청하는 것과 무게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전국 14개 전문가·연구자 단체와 개인 130여 명으로 구성된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지난 16일 대법원 앞에서 중대재해법의 위헌심판제청을 기각해 달라고 탄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강은희 변호사는 "만약 재판부가 제청한다면 법 전문가인 판사가 제청했다는 측면에서 다른 사건들을 맡은 검사, 판사들도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종국에 위헌, 합헌 여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판을 이어가기 굉장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은희 변호사는 또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은 존재하지만, 사실상 죽은 법이 될까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대외협력국장을 맡고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최정학 법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확보의무를 경영책임자 등에게 부과하고 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엄격히 벌하겠다는 것"이라며 "법을 제정한 입법부와 많은 국민들은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의 경영자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고, 이것은 결코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조치의무가 현장에서 필요한 개별적인 것이라면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확보의무는 구체적인 안전의무가 지켜질 수 있도록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것"이라며 중대재해법에 규정된 의무가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도 "설령 규범적, 가치판단적 표현이 일부 구성요건에 포함됐더라도, 행정기관·수사기관, 법관의 합목적적‧체계적 해석으로 보완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나 정부의 행정적 조치에만 노동자와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맡겨놓을 수는 없다"며 "중대재해법은 합헌이며 따라서 이 사건 위헌심판 제청은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