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탈퇴 여파로 소원해진 한국과 이란의 관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돌출성 발언으로 또 다시 악재를 만났다.
16일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 '비외교적'이라고 비판하고 한국 측의 설명을 요구했다.
이란 측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오지랖에 가까운 '참견'(meddlesome)이라 평가하며 불편한 심기를 거의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나세르 칸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국가들 간의 역사적 유대관계, 이와 관련한 관계 발전의 급진전을 전혀 모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는 특히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롯한 최근 한국 측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 측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윤 대통령 발언은)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바,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외교부의 즉각적 입장 표명으로 이란 측 반발이 표면화될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양측의 앙금이 거듭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게 됐다.
이미 이란 정부는 2021년 1월 호르무즈 해협 공해상을 운항하던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석달여 동안 억류하며 양국 관계를 긴장시켰다.
이란 측은 이 선박의 해양 환경오염 혐의를 제기했지만 실질적 이유는 한국 내 발이 묶인 70억 달러의 이란 정부 자금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이란 측은 2018년 당시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란핵합의(JCPOA)를 일방 탈퇴하면서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것에 한국이 동참한 것에 불만을 품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국관계는 이란 보수언론의 강경 주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항의(지난해 4월), 이란 정부 대변인의 이태원 '할로윈 참사' 관련 문제성 발언(지난해 10월) 등 돌출 악재로 삐걱거려왔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국가 원수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제3국을 언급한 발언이란 점에서 파장의 크기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외교적 실언은 지난해 9월 '날리면' 파동에서 보듯 잦은 편이지만, 이번 사안은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한 것에서 보듯 그리 간단히 풀릴 성격은 아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이 이란을 UAE의 '적'으로 규정한 것 자체가 사실과 다른 것이어서 외교안보 참모진의 보필 문제도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외교부가 펴낸 '2023 UAE 개황'에 따르더라도 UAE는 "이란을 최대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실리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중"인 상태다.
이란의 역내 패권 추구와 3개 도서의 영유권 분쟁 등으로 다소 껄끄럽기는 하지만 두바이 체류 이란인이 60만명으로 추산되는 등 교류는 매우 활발한 편이다.
오히려 UAE가 상대적으로 적대시하는 중동지역 국가는 '무슬림형제단' 비호 문제 등으로 국교를 단절한 카타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1월 '알울라 선언'으로 함께 단교에 참여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카타르와 재수교했지만 UAE는 대사관 업무를 재개하지 않는 등 여전히 관계 회복에 소극적인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