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클 발가벗고 걸었으면"…英방송인 여성혐오 발언에 '뭇매'

방송 퇴출 위기 직면하자 공개 사과 "부부에겐 작년 사과 메일 보냈다"
해리 왕자 "여성을 그렇게 대해도 된다는 식의 발언" 비난

연합뉴스

영국의 유명 TV 프로그램 진행자가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에 대해 "길거리에서 발가벗고 걷는 걸 봤으면 한다"는 등의 정제되지 않은 비난 글을 언론에 기고했다가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BBC 방송의 자동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톱 기어'의 진행자로 유명한 제러미 클라크슨은 작년 12월 영국 대중지 '더 선'에 이 같은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해당 칼럼에서 클라크슨은 "언젠가 마클이 발가벗은 채 영국 모든 도시의 거리를 걷고, 사람들이 그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면서 배설물을 던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썼다.

그는 마클이 해리 왕자와 결혼한 뒤 영국 왕실과 있었던 일을 폭로하며 대립하는 데 대한 불만을 쏟아내면서 이같은 표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마클에 대해 '세포 단위'까지 싫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의 기고문은 현재 삭제돼 볼 수 없다.

하지만 이후 그의 칼럼이 여성 혐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일반 대중은 물론 정계와 방송계, 심지어 친딸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후 클라크슨은 자신이 칼럼에 쓴 표현은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온 장면에 빗댄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왕좌의 게임에는 극중의 한 왕비가 간통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벌거벗고 거리를 행진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의 칼럼에 대한 비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영국 언론 규제 기관에 그의 칼럼에 대한 불만 신고가 약 2만5천 건 접수됐는데, 이는 사상 최다 수준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클라크슨이 진행을 맡은 자동차 TV 시리즈 '더 그랜드 투어'와 다큐멘터리 '클라크슨의 농장'에서 그를 퇴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리 왕자는 영국 I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클라크슨의 발언은 끔찍하고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여성을 그런 식으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비난했다.

클라크슨은 결국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내가 칼럼에서 사용한 언어가 부끄럽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부부에게 작년 크리스마스에 이메일로 사과했다고도 전했다.

해리 왕자와 마클의 대변인은 "클라크슨이 사과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앞으로 그가 오랫동안 일삼아온 혐오 표현과 음모론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왕자와 마클 부부는 작년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6부작 다큐멘터리와 이달 발간한 해리 왕자의 자서전 '스페어'에서 영국 대중지의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을 고발한 바 있다.

영국 왕실을 떠난 해리 왕자 부부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왕가 구성원으로서 공식 활동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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