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구단 창단 41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양의지의 합류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22일 양의지와 4+2년 최대 152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취임식에서 취약한 포지션으로 포수를 꼽은 바 있다. 그는 "좋은 포수가 있다면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우리 팀에 필요한 포지션을 묻는다면 포수라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이 감독의 바람대로 현역 최고 포수를 데려오며 전력을 탄탄히 했다. 양의지는 통산 16시즌 동안 158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리, 228홈런, 944타점, OPS(장타율+출루율) 8할9푼2리를 기록 중이고, 특히 투수 리드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양의지의 입단식에서 이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그때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FA 거물이지 않나"라면서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양의지가 한 번 팀을 떠났는데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의지가) 못 오더라도 지금 있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보물이 와줘서 표정에 진심이 묻어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두산에서 이 감독에게 이른바 최고의 취임 선물을 안긴 것이다.
양의지는 자신의 입단식에서 이 감독과 일화에 대해 전했다. 과거 이 감독을 선수로 상대해본 그는 "나는 타석에서 상대 선수에게 말을 많이 거는 편이지만 '국민 타자'에겐 말을 걸지 못했던 거 같다"고 떠올렸다. 선수 시절 국민 타자로 명성을 떨친 이 감독은 유독 다가가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에 이 감독은 선수 시절 양의지와 맞대결에 대해 "상대해 봤을 때 느낌이 좋았다. 5년 이상 상대해봤는데 굉장히 까다로웠다"면서 "나는 포수와 투수 성향을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양의지가 있을 때는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의도와는 다른 공략법을 썼다"고 떠올렸다. 이어 "영리하고 준비를 많이 하는 선수라는 걸 느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판단하기 어려운 선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백업 포수들에게도 기회가 있다. 양의지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이 감독은 "양의지가 포수로 한 시즌을 모두 뛸 수는 없다. 제 2, 3의 포수가 나와야 한다"면서 "장승현, 안승한, 박유연 등과 함께 신인 윤준호까지 잘해줘야 한다. 이 선수들에게 우선 순위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의지와 호흡을 잘 맞추고 얼마나 실력이 향상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