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창단 41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허경민을 새 시즌 주장으로 임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이 취임과 동시에 허경민에게 주장 완장을 건넨 것. 허경민은 "작년 마무리 훈련 때 감독님과 면담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주장 선임에 대해) 처음 말씀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2초간 정적이 흘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주장 완장의 무게를 견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허경민은 "(주장은) 먼저 손들고 하겠다고 말하기 힘든 자리"라며 "내가 벌써 어려운 걸 해야하는 위치가 됐다는 걸 깨달았고, '올 게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4번 타자' 김재환에 이어 2023시즌 주장을 맡게 된 허경민은 "그동안 많은 주장 선배들을 봐왔다. 하지만 누구를 따라가기보다는 나만의 방식대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거 포부를 밝혔다. 이어 "시즌을 치르다 보면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옆에 든든한 형들이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허경민은 NC에서 주장을 역임했던 포수 양의지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양)의지 형이 가벼운 모습을 보이면 좋지 않을 거 같다고 했다. 주장은 묵묵하고 성적도 좋아야 선수단에 말할 때 힘이 있기 때문"이라며 "내 야구도 잘하면서 주장 역할도 잘하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팀에 주장 역할을 하는 형들이 많기 때문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전임 주장 김재환도 허경민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허경민은 "(김)재환이 형이 '수고해라'고 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4번 타자를 하면서 주장까지 맡아 부담이 배가 됐을 텐데 묵묵히 주장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 60승 2무 82패 승률 4할2푼3리를 기록, 9위의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허경민은 "가을 야구에 가지 못한 건 두산에 온 뒤로 두 번째였다. 정말 힘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재도약을 위해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허경민은 "이젠 젊은 선수들이 보여 줘야할 때가 왔다. 팬들은 두산이 성장하는 걸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이기는 걸 보러 오는 것"이라며 "마음을 강하게 먹고 캠프에서 만나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