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4개 다 마셔" 高교사 논란…학교는 신고의무 위반?

학대 정황 듣고도…사실 확인도 안 한 학교
부모, 재차 항의…학교측 고소 무마 '급급'
뒤늦은 교사 교체…피해 학생 '중증우울증'
학교측 "학생‧교사 주장 엇갈려…"
교육당국 "수사기관 수사 의뢰했어야…"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평소 이름 대신 '대가리'라 부르는 등 폭언을 일삼고, 우유 4개를 한 번에 마시게 하는 등 식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CBS노컷뉴스 2023년 1월14일자 보도. '이름 대신 '대가리'?…'우유 식폭행'까지 高교사 학대 논란')

이런 가운데 피해 학생측은 학교측이 아동 학대 혹은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관계 기관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함에도 오히려 부모의 신고를 무마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 피해 학생은 2, 3차 피해로 인해 최근에는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교사 폭언‧식폭행 정황 듣고도…사실 확인도 안 한 학교


스마트이미지 제공
15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 학생 A군(16)과 그의 어머니 C씨가 B교사의 폭언과 우유 식폭행 사실을 처음 학교측에 알린 건 지난해 5월 23일이다.

당시 학교측은 C씨의 항의에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학생과 교사를 분리시켜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교측은 교과 담당 교사를 교체할 경우 '학사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A군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C씨를 설득했다. 자녀가 또다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C씨는 어쩔 수 없이 학교측의 재발방지 약속만을 믿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학교측은 재발방지를 위한 사후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초·중등학교장과 종사원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 또는 의심이 있는 경우 지자체 및 수사기관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측은 관계기관에 B교사를 신고하지 않았다. 게다가 학교측은 학대 정황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 같은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6개월이 지난 11월 말에야 이뤄진 것에 미뤄보면 이같은 짐작이 가능하다.

이에 B교사는 당시 학교나 교육당국 등으로부터 어떠한 조치도 받지 않았다.

재차 항의에도…학교측 고소 무마 '급급'


지난해 11월, C씨가 아들로부터 B교사의 지속적인 간접적 조롱과 보복적 행위에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호소를 듣고 학교측에 강하게 항의했을 때도, 학교측은 C씨의 고소를 무마하는 데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11월11일 C씨는 B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경찰서를 방문하기 직전 학교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통화 내용에는 학교측의 이같은 의도가 곳곳에 묻어난다.

통화 녹취록을 보면 먼저 학교 관계자가 "바로 (B교사를) 학급 교체하고 다시 B교사가 사과하면 되나요?"라고 묻자, C씨는 아들의 전학을 요구한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전학을 시키고, 꼭 B교사를 고소하셔서 법적으로 뭐 이렇게 하셔야지 어머님이…"라고 말하며, 고소는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대목이 나온다.

또 학교 관계자는 "B교사가 사법적으로 만약에 처벌이 가능한 건지, 안 가능한 건지 모르지만, 처벌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처벌받기를 꼭 원하시는 건가요?"라든지, "B교사한테 수업을 못 받는다고 그러니까 학교 졸업할 때까지 수업을 안 받게끔…" 등의 회유하기도 한다.

이날 C씨는 학교측에 A군의 전학을 요구하고 고소를 진행하진 않았다.

뒤늦은 교사교체…피해 학생은 2차 피해로 '중증우울증'


이후 C씨의 국민신문고 민원제기에 따른 교육청 조사 등 사태가 악화하자 학교측은 11월 24일 반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으며, 나흘 뒤인 28일 B교사를 교체했다. A군측으로부터 처음 문제제기를 받은 지 6개월 만에 처음 나온 학교측의 조치였다.

하지만 이같이 뒤늦은 교사 교체로 A군은 다른 학생들로부터 2차 피해를 입어야 했다. 몇몇 학생들은 "A군 때문에 B교사가 바뀌었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A군은 단체 SNS에 공개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C씨는 "애가 피해자인데 친구들이 자기를 원망하는 것 같아 고통스러워 한다"며 "지난해 초만해도 아무 이상 없었던 애가 최근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중"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6일에는 학교로부터 전학이 '부결' 됐다는 통보를 받고, A군은 "재심사 요청을 해 받아들여질 때까지 내년 1학기가 시작돼도 학교를 나가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A군은 부결 통보를 받은 6일부터 방학이 시작된 10일까지 학교를 가지 않았다.

학교측 "학생‧교사 주장 엇갈려"…교육당국 "수사기관 수사 의뢰했어야" 


황진환 기자
학교측은 아동학대 정황을 인지하고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생과 교사의 주장이 엇갈린 점을 들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의 주장만으로는 아동학대를 인정할 수 없어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학부모가 지난해 5월 학교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교과 담임 교체만 요청하고 신고나 조사 등은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당국과 전문가는 학교측의 조치를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내에서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발견되면 학교장이 최종적으로 판단해 조처를 내려야 한다"며 "만약 학교장이 도교육청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면 수사기관에 신고하라고 권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김형모 교수는 "'대가리'라고 부른 것은 정서적 학대, 우유를 강제로 먹인 것은 신체적 학대로 볼 수 있다"며 "범죄의 중대성은 사법기관이 판단하겠지만, 이정도 사안이라면 신고 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등 적절한 조처를 했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C씨는 B교사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제소하고,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B교사는 A군을 '대가리'라고 부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우유를 한꺼번에 4개를 마시게 한 것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B교사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 "학년 초에 야간자율학습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친근함의 표현이었다"며 "우유도 한 번에 4개를 마시게 한 적이 없으며, 기억으로는 (다른 학생들과) 한 개씩 나눠먹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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