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 간판 권순우(84위·당진시청)가 생애 2번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러키 루저'로 본선에 출전한 행운에 생애 처음으로 세계 랭킹 20위 이내 선수를 꺾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권순우는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총상금 64만2735 달러) 결승에서 세계 랭킹 26위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과 격돌한다. 둘은 첫 대결부터 큰 무대에서 치르게 됐다.
전날 권순우는 21살 영국의 신성 잭 드레이퍼(40위)와 2시간 45분 접전 끝에 2 대 1(7-6<8-6> 6-7<2-7> 6-3)로 이겼다.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1차 대회 1회전 0 대 2 완패를 설욕했다.
권순우는 2021년 9월 아스타나오픈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투어 결승에 진출했다. 당시 권순우는 생애 첫 투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35살의 바우티스타 아굿은 권순우보다 9살 많은 베테랑이다. 통산 10번 투어 정상에 올랐고, 2019년 32살이 넘은 나이에 윔블던 4강에 진출하는 등 개인 최고인 ATP 투어 세계 랭킹 9위까지 올랐다. 정교한 스트로크와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노장의 관록을 보이며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권순우로서는 버거운 상대다.
하지만 권순우는 이번 대회 엄청난 기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권순우는 대회 예선 2회전에서 토마시 마하치(115위·체코)에 졌지만 본선 불참 선수가 발생해 운 좋게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러키 루저였지만 권순우는 16강전에서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15위·스페인)를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4강에서는 지난 대회에서 완패를 당한 드레이퍼를 꺾는 등 갈수록 기세를 타고 있다.
일단 권순우는 결승 진출로 다음 주 세계 랭킹을 66위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이 대회를 마치면 권순우는 오는 16일 개막하는 올해 첫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에 나선다.
권순우가 출전하는 결승은 tvN 스포츠에서 오후 4시 반부터 생중계한다. 과연 권순우가 최고의 분위기로 호주오픈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