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새해 벽두부터 기동하는 장갑차…올해 첫 연합훈련을 가다

육군 제공
현대전에서 첨단무기의 역할이 아무리 중요해졌다지만, 결국 '발로 뛰며' 적 진지나 중요 건물을 점령하고 전쟁이 끝나면 치안유지를 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 군대에서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바로 보병(infantry)이다.

물론 과거 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처럼 문자 그대로 '걸어다니기만 하는' 보병은 이제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보병도 뭔가에 '타서' 빨라지고 강해져야 한다. 위험한 지역에는 사람 대신 무인기가 먼저 들어가서 '눈'이 돼 줘야 한다. 세계 최강 미군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기에 미군에게 방법을 배우며 연구하고 있다.

새해가 밝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육군의 미래형 전투체계인 아미 타이거(Army TIGER)를 본격적으로 적용한 25보병사단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과 미 육군 2사단/연합사단 예하 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이 경기도 파주 무건리 훈련장에서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육군은 지난 13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훈련 현장을 공개했고, CBS노컷뉴스 취재진도 이 곳을 다녀왔다.



'아미 타이거' 체계 적용한 연합훈련…드론 띄워 정찰하고, 한미 장갑차가 보병 내려놓았다

육군 제공
'Army'는 육군, 'TIGER'는 'Transformative Innovation of Ground forces Enhanced by 4th industrial Revolution techonology' 즉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강화된 지상군의 혁신적 변혁'을 뜻한다. 쉽게 말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미래 육군 부대다.

육군이 이런 혁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간단하다. 초저출생으로 직접 총을 들고 싸울 수 있는 병력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약 20년 전의 출생률과 밀접히 연관된 '상수'로, 바꿀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무인 기계가 전쟁터에서 싸우는 일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된데다 인공지능(AI) 기술까지 합쳐지면 미래 전장은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얼마 전 북한 무인기가 서울 하늘을 휘젓고 갔던 일에서 알 수 있듯, 폭탄을 탑재한 무인기가 머리 위에 나타나는 일은 현장 전투원들 입장에서는 공포나 다름없다. 이런 일이 멀지 않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는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양주=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월 25보병사단 70보병여단을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으로 선포한 육군은 이 부대를 중심으로, 차륜형장갑차와 소형전술차량으로 빠르게 이동(기동화)하며 AI 기반 초지능 의사결정체계가 상황판단과 결심을 지원(지능화)하고, 모든 전투체계가 서로 연결된(네트워크화) 상태에서 싸우는 법을 여러 방법으로 실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싸우는 방법'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 파일럿'이다.

이를 통해, 육군은 전투원을 중심으로 AI와 초연결·초지능 기반 등 무인 전투체계를 효과적으로 통합해 다양한 작전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부대를 그때그때 필요한 일정 단위로 편성하려고 한다.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전자전 영역 등의 능력과 노력을 통합해, 결정적 시간과 장소에서 상대적 우위를 달성해 인명 중시, 최소 피해, 전투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개념으로 이를 '다영역 동시통합작전'이라고 한다.

공격 전 작전 지역 상공을 날고 있는 '스위드(SWID)' 드론. 연합뉴스
현장에서 취재진에게 공개된 훈련의 '극히 일부'는 이런 식이다. 고지 등의 중요 목표를 점령하기 전에 정찰대가 먼저 투입, 약 30분 동안 비행할 수 있는 '스위드(SWID)' 드론을 띄운다. 이 드론은 목표 지역 상공을 비행하며 첩보를 정찰대에 전송하고, 정찰대는 이 내용을 지휘부에 보고한다.

이어 우리 군의 K808 '백호' 장갑차와 미 육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여러 대가 기관총으로 제압사격을 하며 목표 지역으로 들어온 뒤, 뒤쪽 램프에서 하차보병들이 내려 연막탄을 터뜨리고 적을 제압하며 임무를 완수한다.

물론 이는 취재진에게 공개된 '극히 일부'로, 2주 동안 진행되는 훈련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상황이 한미 장병들을 기다리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한미 여단의 1개 대대가 중대 단위로 연합전투팀을 구성, 4일 동안 분대 전술, 소대 공격·방어, 장갑차 기동까지 3개 훈련 코스를 돌아가면서 하는 방식이다.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에서 쓰이고 있는 소부대 전투지휘체계. 삼성 갤럭시 S20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디지털 무전기를 통해 작동한다. 미군에서 쓰이는 ATAK(Android Team Awareness Kit)과 비슷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부대 상황을 파악하고,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김형준 기자
과거처럼 착검을 한 채 "돌격 앞으로" 같은 구호는 없다. 물론 필요하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 대신 개인화기에 모두가 부착한 조준경으로 멀리서도 상황을 관측하고, 지휘자가 소부대 전투지휘체계를 통해 모두의 위치를 파악한 상태에서 지시를 하며 유기적으로 싸우는 방법을 익힌다.

이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훈련을 위해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 소속 1개 중대가 돌아가면서 가상적 역할을 맡는다. 실제 적을 사살하거나 내가 사살당하는 과정을 체험하기 위해, 공포탄을 쏘면 레이저가 발사되고 수신기에 맞으면 부상, 사망 등의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마일즈(MILES) 장비를 이용한다.

비슷한 무기체계 갖춘 한미연합군…훈련하며 '함께 싸우는 방법' 배운다

2006년 이라크 모술에서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타고 작전을 펼치는 2사단 예하 3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사실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은 미군이 2000년대 만든 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BCT)과 닮은 점이 많다. 당연한 일이다. 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 자체가 미군이 냉전 종식 이후 신속한 해외파병을 위해, 장갑차로 생존성을 높이고 빠르게 기동하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낸 개념이기 때문이다. 미군이 먼저 생각한 시스템을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 미군은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고 중국·러시아의 대규모 병력에 맞서야 한다며 다시 사단 중심으로 부대를 개편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그 문제를 떠나 현재와 같은 체계에서는 한미가 서로 '발을 맞추기가' 쉽다. 비슷한 크기와 개념의 장갑차에 타서 움직이고, 거기에 타고 있는 병력들도 결국 '보병'인 만큼 임무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꼭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래서 생겨난 부대가 '한미연합사단'이다. 기존 주한미군 2사단을 모태로 한다.

연합뉴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 데프콘 3이 발령되면 그 때부터는 한국군과 주한미군 모두 한미연합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평소부터 연합으로 사단급 부대를 편성해 운용하고 함께 훈련하면, 당연히 전시 연합작전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2015년에 연합사단이 편성됐다. 평시엔 주한미군 2사단과 우리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직할 연합사단협조단으로 구성된 참모부 형태로 운용되다, 전시가 되면 연합사단 체제로 운용된다. 사단장은 미군 2사단장이 겸임하며 부사단장은 연합사단 협조단장인 한국군 준장이 맡는다.

이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즉 서로 다른 체계를 쓰는 나라들이 정보와 데이터를 막힘없이 공유, 교환,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이 연합사단 예하는 아니지만, 전시에는 어차피 연합작전을 펼쳐야 하는 만큼 미래 전장에서 어떻게 '함께 싸워야 할지'를 이번 연합훈련을 통해 발전시켜 나간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육군 제공
실제로 한미 장병 800여명이 참여한 이번 훈련에는 장갑차를 비롯해 정찰 드론과 UAV, 현궁 대전차미사일 등 육군 기계화보병 수준에서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비가 동원됐다.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유엔군사령관 겸직), 안병석 연합사 부사령관도 현장을 찾아 이들을 격려했다.

육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27년까지 5~7개 여단을, 2035년까지는 40여개 여단을, 2040년까지는 모든 여단을 아미 타이거 여단으로 개편하겠다고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전략·작전적 차원뿐만 아니라 전술제대에서도 아미 타이거를 중심으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혁신적 발전을 통해 미래 전장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부대를 완성하기 위해 진력하겠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투 데이터 분석과 함께 안정적인 예산 확보도 중요하기에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 등에서 각종 전투실험도 진행하는 등,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은 당분간 '훈련 또 훈련' 하느라 바쁠 예정이다.

김형준 기자
시범여단전투단 소속 대대장 이재용 중령은 "훈련을 통해 전투 수행 방법을 구체화하고, 연합전력과의 상호운용성도 검증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사용한 뒤 아군 생존성이 늘어났고, 적 위치를 확인하여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 소속 C중대장 사무엘 뮬러 대위도 "훈련을 통해 한반도 작전 환경을 이해하고 한국 육군의 미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주기적인 훈련과 다양한 교류활동을 통해 실전에서 최강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합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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