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무대에 나섰던 전북 현대 선수들이 차기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의 조건에 한목소리를 냈다.
김진수(31), 백승호(26), 조규성(25) 등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전북 선수들은 12일 전북 완주 전북 현대 클럽 하우스에서 열린 동계 전지 훈련 캠프에 참가해 취재진 앞에 섰다. 조규성은 가나와 조별 리그 2차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1경기 멀티 골 기록을 세웠고, 김진수는 그 경기에서 조규성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백승호는 브라질과 16강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포를 터뜨렸다.
한국 축구는 12년 만의 월드컵 16강을 이뤘지만 대표팀을 지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은 떠났다.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 역대 최장 기간 대표팀 사령탑과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기록을 세우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벤투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재계약 논의을 했지만 최종 작별을 택했다. 쟁점은 계약 기간이었다. 벤투 전 감독은 2026 북중미월드컵까지 4년 더 대표팀을 맡길 원했다. 반면 축구협회는 2년 재계약 뒤 성과를 보고 다시 계약을 논의하자는 뜻을 보였다.
생애 첫 번째이자 '삼수' 만에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김진수. 그는 허벅지 부상 때문에 월드컵 출전이 힘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은 자신의 빌드업 축구의 핵심 선수인 김진수를 최종 엔트리에 넣었다. 김진수는 대회 4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차기 감독에 대해 김진수는 "처음 벤투 감독이 왔을 때 (사람들이) 많이 욕했지만 선수들은 감독 믿고 4년을 해서 이런 결과 나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떤 감독이 오든 책임감을 갖고 사령탑의 역할을 해주기를 원했다. 그는 "매 경기 승리해서 4년이란 시간 지난 뒤 결과 보여줄 것"이라면서 "개인적 생각은 어떤 분이 오든 믿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월드컵 최고 인기 스타 조규성(25)의 생각도 비슷했다. 조규성은 그동안 황의조(올림피아코스 FC)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원톱' 자리를 꿰찼다. 조규성의 급부상은 벤투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본 순간이었다.
조규성은 "벤투 감독의 철학을 많은 분이 의심했지만 가서 좋은 경기력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런 철학이 있고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는 감독이라면 정말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브라질과 16강전 환상 중거리 슛으로 영패를 막은 백승호도 동료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같은 감독의 같은 지도 속에 준비한 것이 좋은 결과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 월드컵도 같은 철학으로 준비하면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2월 새 감독 선임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미하엘 뮐러 신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 11일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뮐러 위원장은 "무조건 빨리빨리보다 절차에 따라 확실한 감독을 세울 것"이라며 최적의 감독을 선임할 뜻을 밝혔다. 과연 축구 팬들과 전북 선수들 등 모두의 기대에 부합할 새 대표팀 사령탑이 탄생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