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현대캐피탈 베테랑 미들 블로커 최민호(35·195cm)가 인생 경기를 펼쳤다.
최민호는 12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무려 9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는 등 13점을 뽑아냈다. 팀의 3 대 1(25-19 23-25 25-16 25-20) 승리를 견인했다.
9블로킹은 개인 1경기 최다 기록이다. 2011-2012시즌 데뷔한 최민호는 지금까지 2019-2020시즌 OK금융그룹과 경기에서 기록한 8블로킹이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신들린 블로킹이었다. 이날 최민호는 1세트 2개의 블로킹으로 기선 제압에 앞장섰다. 2, 3세트도 2개의 블로킹을 추가하며 꾸준히 상대를 압박했다.
4세트가 압권이었다. 최민호는 10 대 9로 불안하게 앞선 가운데 상대 주포 비예나의 스파이크를 가로막으며 2점 차 리드를 안겼다. 20 대 17에서도 다시 비예나의 공격을 봉쇄하는 등 연속 블로킹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도 "리시브가 흔들려 상대 높은 블로킹에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패인을 짚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블로킹에서 14 대 8로 상대를 압도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도 "아웃사이드 히터의 사이드 블로킹 위치 선정이 좋았고 최민호가 잘 붙어서 블로킹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최민호는 "속공을 해줘야 하는데 안 돼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블로킹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최민호의 공격 성공률은 37.5%에 그쳤지만 9블로킹에 유효 블로킹도 3개로 팀에서 가장 많았다. 최민호는 "올 시즌 첫 인터뷰인데 1년에 한번 있는 날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경기에 대해 최민호는 "우리 팀 사이드 블로킹이 좋아서 상대 주포 비예나가 돌려 때리는 바람에 나한테 많이 떨어졌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상대 세터 황택의가 들어와 라이트 공격 변화를 생각했고 돌리는 공을 막았다"고 짚었다.
팀의 주장도 맡았던 최민호는 어느덧 최고참급에 속한다. 리베로의 전설 여오현 플레잉 코치(45)야 차치하더라도 37살 동갑내기 문성민, 박상하 다음이다. 최민호는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세리머니도 크게 하지 못하고 허수봉, 김명관 등 후배들에게 부탁한다"면서 "성민, 상하 형들까지 3명이 몰려다닌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책임감은 더 강해졌다. 최민호는 "주장을 맡으면서 후배들 어깨 안아주고 했는데 경기에 못 뛴 선수들도 있어 '고생했다' 말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승수를 쌓는 게 목표"라면서도 "5, 6라운드에 어떻게든 대한항공을 잡고, 우승하던 때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캐피탈은 2018-2019시즌 우승이 마지막이다. 한때 삼성화재와 V리그를 양분했지만 최근에는 대한항공에 밀리는 모양새다.
인터뷰를 마친 최민호는 취재진에게 "다음 시즌에 보겠습니다"고 농담을 던졌다. 한 시즌에 한번 잘 하는 날 인터뷰를 한다는 뜻이지만 올 시즌 다시 회견장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과연 최민호가 현대캐피탈의 르네상스에 앞장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