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사과·배상 어렵다"…강제동원 대위변제 해법 공식화

국회 토론회서 "제3자 변제 가능하다는 결론"…'창의적 접근' 모색
"일방적 밀어붙이기" 피해자 측 강력 반발에 진행 차질 빚기도

12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야당 의원들이 공동주최한 '윤석열 정부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반대!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한 일본 기업 및 정부의 사과와 배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제3자를 통해 배상 판결금을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공식 확인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 일본 측과의 교섭 내용 등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서 국장은 지난해 7월 이후 4차례 열린 민관협의회와 관련,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순수하게 법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법정채권'인 만큼 일본 기업 대신 제3자가 변제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가 역사적 측면과 법적인 측면이 얽힌 난제인데다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4년 이상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인 만큼, 일단 법적인 관점에서 현실적 해법을 모색하는 접근에 따른 것이다.
 
서 국장은 구체적 법리로서 '제3자 대위변제'나 '중첩적(병존적) 채무인수'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핵심은 '피해자들이 제3자를 통해서도 일단 판결금을 받아도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판결금을 대신 지급할 제3자로 일제강제동원지원재단을 상정하고, 포스코 등 한일청구권협정 수혜기업의 기부금을 모을 수 있게 정관 개정 작업도 이미 마친 상태다.
 
정부는 일본 기업 및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뜻하는 '성의 있는 호응'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사실상 결론 내렸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 국장은 "양국간 입장이 대립된 상황에서 피고 기업의 판결금 지급을 이끌어 내기는 사실상 어려운 점을 민관협의회 참석자들을 비롯해 피해자 측에서도 인지하고 계신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간 대일협의를 통해 얻은 정부의 일차적인 감촉"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점에서 일본이 이미 표명한 과거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성실히 유지·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아울러, 강제동원 해법이 마련된 이후에도 피해자·유족에 대한 지원 내실화와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등을 강화함으로써 한일관계의 선순환 전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리기에 앞서 피해자 측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왼쪽)와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이 취재진에게 토론회 참가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이 같은 발표 내용에 피해자 측은 강력 반발했다.
 
일부 피해자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채권을 소멸시키는 정부 정책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결정되는 상황이 명백함에도 현실론을 내세우며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인(私人) 간의 불법행위에서도 '소 취하와 사과 및 합의금 수령'은 동시에 이뤄지는데 이 당연한 상식조차 지켜지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라며 일본 측 재원이 최소 50%는 투입돼야 2+1이나 1+1 방식이 되는데 지금은 일본 측 기여가 전혀 없는 '2+0'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정부에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와 이를 담보할 방안 등을 물었지만 뚜렷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는 방청석의 일부 참석자들이 토론 및 발표 내용에 반발해 고함을 지르는 등 거세게 항의하면서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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