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첫 해외 순방 일정을 앞에 두고 군 내부 기강을 다잡고 북한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안보 태세에 만전을 기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방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국방부는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이라는 주제로 △핵·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 대비 압도적인 대응 능력 구축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 기반 마련 방안 등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떻게 보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평화를 우리는 '가짜 평화'라고 한다"면서 "선의에 의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시적인 가짜 평화에 기댄 나라들은 역사적으로 다 사라졌다"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국가들은 지금까지 역사상 사라지지 않고, 그 나라의 문명을 발전시켜 인류사회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가짜 평화'는 문재인 정부에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한반도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결국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태 등에 미숙한 대응을 보였던 군에 철저한 대비 태세를 주문했다. 지난달 28일처럼 "훈련도 제대로 안하고 아무것도 뭘 한 거냐" 등의 질타는 없었지만, 실전과 같은 훈련을 재차 주문하면서 기강을 다잡으란 당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우리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서 강력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모든 사람에게도 이러한 의식과 자세가 전파될 수 있도록 애써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30년 전에 했던 교육 훈련 체계를 가지고 지금 (훈련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고생시키는 체력 훈련을 훈련이라고 생각해도 안 된다"며 "전쟁을 대비하는 실효적인 연습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군의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의 강화를 주문하면서 "대량응징보복 역량을 갖추고 거기에 대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북한이) 공격 자체를 하기 어렵다"며 "아예 도발 심리 자체를 눌러야 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KMPR 강화는 한미 간 미 핵자산 운용의 공동 기획과 공동 실행 등을 뜻한다.
새해에도 '압도적 대응' 등 강경한 대북 기조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힘에 의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는 윤 대통령이 새해 첫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과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해 상당히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한다"며 최근 북한 무인기의 우리측 영공 침범이나 탄도미사일 도발 등을 지적한 뒤 "북한의 이러한 불법적인 도발행위들은 결국 대한민국의 안보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한미일 간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미 간 핵전력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부분에 대해서 "한국이나 미국 서로 북핵에 대한 위협에 함께 노출돼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동 실행에는) 도상연습(TTX), 시뮬레이션도 있고 핵 투발 수단의 기동에 관한 연습도 있다"고 구체적인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메시지는 오는 14일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UAE와 스위스로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군 내부 기강을 잡고, 대외적으로는 대북 억제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계속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어떠한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훈련을 통해 만발의 대비를 하라는 것이 대통령의 주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