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 미국시민 기본권 침해"…美부의장 직무정지 후폭풍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평통 제공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의 사무처(처장 석동현)가 미주지역 부의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에 대해 미주지역 평통 안팎으로부터 비판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평통 사무처가 내세운 직무정지 사유를 놓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선 사무처는 지난 10일 '설명자료'를 내고 최광철 부의장의 직무정지 사유와 관련해 '부적절한 직무 수행'과 그로 인한 미주지역의 '분란과 갈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무처는 지난 6일 미주지역에 하달한 공문에서는 직무정지의 주된 '사유'로 미주지역 20개 협의회장들의 입장문을 제시했었다.
 
그런데 입장문을 냈던 미주 지역 협의회장들이 스스로 "입장문은 직무정지를 건의한 내용이 아니다"고 뒤집자 사무처가 입장문의 내용을 '부적절한 직무 수행'과 '분란과 갈등'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부적절한 직무수행', '분란과 갈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 사무처가 최 부의장을 표적 삼아 일련의 조사를 벌인 것을 놓고 보면 배경과 의도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사무처는 지난해 11월 최 부의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민간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에서 주최한 '한반도 평화 컨퍼런스'를 문제 삼았다.
 
사무처는 지난달 6일 최 부의장에게 보낸 조사 질의서에서 '컨퍼런스가 평통의 공식 행사가 아님에도 협의회 간부와 자문위원들에게 참석 등을 협조한 경위'를 물었다.
 
또 그가 KAPAC 대표와 평통 부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 부의장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CBS노컷뉴스에 "이 컨퍼런스는 미국 유권자들인 한국계 미국인들(KAPAC 회원들)이 그들의 지역구 대표인 연방 의원들에게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유권자 운동이었다"며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평통과 무관한 행사였기에 사무처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소에 대한민국의 평화 번영에 관심이 큰 주변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행사를 홍보하고 참여를 권유한 것은 맞지만 그들의 참여는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었다"며 "평통 부의장이라는 지위도 그들의 행동을 제약할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KAPAC 대표와 평통 부의장 겸직 문제에 대해서도 "평통 위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평통 지위를 겸직한다"면서 "이는 평통 사무처 빼고는 국내외 대부분의 평통 위원들이 겸직중인데 유독 나의 겸직을 문제 삼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사무처 밖에 있는 평통 윤석열 의장도 대통령을 겸직중이고, 사무처가 공개한 평통 국내외 간부명단에도 대부분 다른 지위나 직위가 병기돼 있다.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연합뉴스
 
평통 안팎에서는 사무처가 컨퍼런스를 문제시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무처는 이 컨퍼런스를 '현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기조와 차이가 있는 전 정부의 정책기조를 토대로 한 행사'로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로 활동중인 LA 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내부 소통망에 올린 글에서 "사무처가 컨퍼런스를 문제 삼은 것은 미국 시민권자의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행사 참여자들에 의한 미국내 소송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미국 시민권자에게 (한국) 정부정책에 대한 동의를 표면상 종용한다는 것은 미국 국내법 위반으로 민주평통이 해체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민주 평통의 목적인 평화통일에 대한 평통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면 컨퍼런스에서 주장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도 논의의 한 주제로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무처는 컨퍼런스를 조사하게 된 경위와 관련해 이 행사에 대한 일부 동포단체들의 문제제기 때문이라고 설명중이다.
 
이에 대해 역시 변호사로 활동중인 댈러스 협의회 김원영 회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사무처가 컨퍼런스에 대한 투서 때문에 조사에 나섰다면 반대로 투서하지 않은 단체들은 컨퍼런스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김 회장은 이어 "미국에서 활동중인 한인단체 가운데 1인 단체도 많고, 유명무실한 곳도 많은데 일부 단체의 민원을 근거로 이런 조사를 하는 것은 설득력과 정당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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