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전이 근본적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
'핼러윈 참사' 직후 경찰이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될까 우려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담긴 공소장을 통해서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10일 공개한 검찰 공소장에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간 주고받은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은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지난달 30일 구속기소됐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경찰 정보 라인은 참사 이후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이들 정보 계통은 대통령의 용산 이전이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될까 우려했으며, 경찰의 참사 대응이 문제로 부각될까 걱정하는 한편, 주최 측 혹은 지자체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후 '주최 없는 행사' 프레임은 참사의 법적인 책임을 용산 단위(용산경찰서·용산소방서·용산구청) 범위로 한정짓는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
공소장에는 서울청 전 정보부장 이하 보고 계통이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1시 39분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참사 대응 방안을 논의한 사안 등이 적시됐다.
박 전 부장은 "개인 생각인데 혹시 사고 책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경우 참고하면 좋겠다"며 "경찰 경력배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흐를 경우→서울청 대비 미흡, 주말 대규모 집회 시위 대응으로 경력 부족 등 부각→용산 이전이 근본적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크고, 앞으로 지역행사, 축제 등에 더 많은 경력배치 문제로 연결돼 경찰 만능주의 극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최 측 자치단체의 안전불감증으로 책임이 돌아갈 경우 경찰부담이 완화된다"며 "적극적인 수사 드라이브로 주최 측, 자치단체 책임이 부각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 지자체 책임을 부각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파했다.
또 검찰은 경찰 정보계통이 참사 발생 전인 지난해 10월 26일 용산서 정보관으로부터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전달받은 뒤 묵살한 정황도 명시했다.
A정보관이 보고서를 제출하자 김 전 과장은 "이거 누가 쓰라고 했냐, 주말이고 하니 집회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며 "이건 크리스마스와 같은 것이다, 크리스마스 때 정보관이 나가나, 그냥 자료만 올리고 집회에 나와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용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이 특수본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당일에도 핼러윈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부장이 용산서 정보과 작성 보고서를 최초 삭제 지시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1일 오후 8시 30분경이다.
박 전 부장은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정보과장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언론에서 경찰 문제점을 취재 중이고 경찰청 정보문건 보도 등 정보기능도 파악하고 있다. 불필요한 문서가 남지 않도록 규정에 따라 관리하라"며 "집회 시위 관리만 하고 아니면 조용히 계시면 된다"고 적었다
이튿날인 11월 2일 오전 10시 29분쯤 박 전 부장은 재차 대화방에 "압수수색·감찰·언론취재 대비 규정에 안 맞는 문서를 보관하는 일이 없도록 보안관리 점검"이라고 쓰며 보고서 삭제를 재차 강조했다.
30분 정도 이후 김 전 과장은 경찰청 특별감찰반으로부터 보고서 제출을 요청받자 서울청 지휘부에 제출 여부에 관한 지침을 물었다. 이에 박 전 부장은 김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왜 이해를 안 하고 있냐. 지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라"며 삭제를 거듭 지시했다.
김 전 과장은 압수수색 3시간 전인 11월 1일 오전 11시 45분 보고서 삭제를 위해 외근 중인 정보관들을 복귀시켜 개인 컴퓨터를 정리하게 했다. 보고서 삭제 지시는 같은 날 오후 2시 40분 압수수색에 착수한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이 잠시 압수수색을 중단한 사이에도 이뤄졌다.
한편 검찰은 서울청 정보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핼러윈에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청 정보부는 지난해 10월 6일 일선 경찰서에 정보 수집을 지시했다. 이후 같은 달 14일에는 보고서를 취합해 김광호 서울청장에도 보고했다. 이에 김 청장이 10월 17일과 24일 화상회의를 통해 서울청 정보부에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보부는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한편,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이날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9곳의 압수수색을 종료했다. 경찰청은 디지털 포렌식 자료가 방대해 11일 압수수색을 다시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