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사결과 지켜보는 비명계…당직자 직무 정지 '당헌 80조' 논란 뇌관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지청에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성남FC 후원금 관련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이 대표 사당화를 경계하는 '비명계(비이재명계)'가 예정된 토론회까지 미루며 검찰 수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 기소 시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가 당내 논란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길 연속토론회' 31일 연기…李 기소 여부 이후 시점


한 비명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를 확대개편한 '2023년 민주당의 길 연속토론회'의 개최를 기존 10일에서 31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민주당의 길 연속토론회'는 다음 총선 승리를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모임이다.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김영배 의원 등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의원들이 주축인 만큼, 향후 비명계의 구심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홍영표, 이인영, 신동근 의원 등이 합세하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사진)를 확대개편한 '2023년 민주당의 길 연속토론회'는 다음 총선 승리를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모임으로 김종민, 이원욱 의원 등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의원들이 주축이다. 연합뉴스

토론회 개최를 미룬 배경을 두고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냉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토론회 소속 한 의원은 "설 연휴 전후로 일정이 많아 연기했다"며 확대해석을 자제했지만,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단일대오' 모양새를 갖춘 현재 상황에서 내부 비판을 가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대표 검찰 소환 당시에도 당 지도부와 친명계 의원 40여명이 포토라인에 함께 서며 세를 과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를 통해 어느 정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즈음 비명계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지 않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내에서 '똘똘 뭉쳐야 한다' 혹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자기 입장을 밝히는 사람은 소수다"라며 "거의 절대다수가 현 상황을 굉장히 우려하면서 목소리를 안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확한 증거가 나오거나 사법적 절차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때, 그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안팎에선 첫 토론회가 열리는 즈음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성적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토론회 관계자는 "우선 비공개로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용에 따라 필요할 경우 공개 토론회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소 시 직무 정지' 당헌 80조 논란 다시 불거지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지청에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서는 이 대표 기소 시 '당헌 80조'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의 단일대오가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조항 중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을 통해 예외로 할 수 있다. 당무위 의장은 당 대표가 맡게 된다. 당 지도부는 그동안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통해 부당한 정치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당무위 의결도 이 수순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비토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도 당헌 80조 개정을 두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내부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친명계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온라인 청원시스템을 통해 주장한 당헌 80조 폐지를 지지했고, 이에 대해 비명계가 당의 사당화를 막아야 한다고 맞서면서 내홍을 앓았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당헌 80조 논란은 다시 불거질 우려가 있다"며 "다음 총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수면 아래에 있던 갈등이 올라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에도 잡음이 불가피하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임시국회를 연 게 아니냐는 여당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검찰이 무조건 구속영장을 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사내용으로 봤을 때 전혀 그럴 수 없는 사안이다. 이 대표의 개입이라든지, 아니면 부정한 청탁이라든지,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라든지 이런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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