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상균)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미성년자약취, 사체 은닉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석모(50)씨에게 이전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석씨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의 사이의 출산한 여아를 딸이 출산한 아이와 바꿔치하고 딸의 아이를 불상지로 데려갔다. 드러나지 않았다면 석씨는 평생 이 사건을 숨기고 딸에게 자신의 딸(A양)을 키우게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석씨의 범행은 반인륜적이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며 사회를 경악에 빠트렸다. 석씨는 범행을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석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의 경우 지금까지 유전자 검사만을 확정하여 피고인의 의견을 도외시해왔다. 과학적 증거 방법 역시 오류 가능성이 있어 무조건 신뢰하면 안 되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다른 증거를 분석해야 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전자 검사 결과의 증명력을 쉽사리 배척할 순 없겠지만 그것은 석씨가 유전적으로 아이의 친모임을 증명할 뿐 피고인의 임신, 출산, (다른 아이에 대한) 약취 행위를 증명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설령 A양을 출산했다 하더라도 어디서 출산해 아이를 돌봤는 지 증거가 없다. 그리고 만약 A양이 석씨의 딸이라면 자신의 딸이 바로 윗집에서 방치되는 동안 석씨가 한 번도 찾아가지 않고 만나지 않은 것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약취 혐의는 피고인이 아닌 제3자의 범행으로 봐야 할 개연성이 더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슴을 치며 최후 변론에 나선 석씨는 A양을 '손녀'라고 칭하며 이렇게 말했다. "먼저 떠나버린 손녀(A양)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손녀의 못다한 삶을 생각하며 제가 사회에 봉사하는 것".
석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 저는 단언컨대 둘째딸(B씨) 이후로 출산한 적이 없다"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당초 A양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씨가 친모로 밝혀졌다. 이에 석씨가 자신이 낳은 여아를 친딸이 낳은 여아와 바꿔치기한 뒤 딸의 아이를 어딘가 감췄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석씨는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앞서 석씨는 1, 2심에서 모두 징역 8년을 선고 받았지만 결과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추가 심리를 통해 의문점이 해소돼야 한다"며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은 물론이고 파기환송심 재판에서도 석씨가 낳은 딸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석씨는 딸과 비슷한 시기 출산한 적이 없으므로 아이를 바꿔치기한 적도 없다며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석씨와 숨진 A양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유전자 검사를 한 번 더 진행했다. 결과는 또 같았다. 그동안 진행한 다섯 번의 유전자 검사와 마찬가지로 석씨가 A양의 친모로 나왔다.
석씨는 '개체 안에 기원이 다른 세포가 공존하는 현상, 즉 한 사람에게서 여러 DNA가 확인되는 '키메라증'으로 인해 유전자 검사 결과가 왜곡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면 그럴 가능성은 드물다고 본다.
지난 5개월간 진행된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석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2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