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간' 입장 밝힌 이재명…檢 저격, 반 기득권 호소

李, 포토라인서 9분간 검찰 수사 입장 밝혀
'쿠데타', '조작수사' 등 공격적 단어 사용
"성남FC는 세수 확보…시민들 위한 것" 정당성 강조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9분간 입장을 밝혔다. 통상 간단한 입장만 밝히고 조사실로 들어가는 다른 피의자들과 달리, 이 대표는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으며 검찰 수사를 저격했다. 그는 '검찰 쿠데타'나 '조작수사', '정권의 시녀 노릇' 등 공격적인 단어들을 배치하며 날을 세웠다.


검찰 저격한 李 "사법 쿠데타, 답정기소"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5분쯤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검찰이 없는 죄를 조작하고 있다며 '사법 쿠데타'라고 정의했다. 이 대표는 "오늘 검찰 수사가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를 소환해서가 아니"라며 "이미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내서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과거 검찰 수사를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이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은 내란 세력들로부터 내란 음모죄라는 없는 죄를 뒤집어 썼고 노무현 대통령은 논두렁 시계 등 모략으로 고통당했다"고 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들이 당한 것은 사법리스크가 아닌 검찰리스크였고, 검찰쿠데타였다"며 "검찰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는 권력과 정권 그 자체가 됐다"며 날선 단어들로 검찰 수사를 저격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경찰에 성남FC 사건을 보완수사 요청한 것을 두고는 답을 정해놓은 '답정기소'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기소에 목표를 두고 수사를 맞춰가는 '답정기소'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 사건을 최초로 수사한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증거불충분)고 판단하고 지난 2021년 사건을 불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요청에 따라 보완수사에 착수했고, 압수수색과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성남시와 기업들간 대가성이 있었다고 판단, 지난해 9월 재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후원금을 낸 기업 6곳을 모두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유치·세수 확보"…성남FC 정당성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 의혹'과 관련해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이 대표는 성남FC의 후원금·광고비를 유치한 것은 성남시민을 위한 공익 활동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업들이 현안을 해결하는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냈다는 검찰의 판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 대표는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서 기업을 유치해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든 일이 과연 비난 받을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성남시 소유이자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성남FC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서 시민들이 이익을 보는 것이지 개인이 착복하는 구조가 아니"라고 의혹에 선을 그었다. 또 "적법한 광고 계약을 하고 받은 광고비를 굳이 무상의 후원금이라고 우긴다"며 "운영비가 부족하면 성남시 예산을 추가편성해서 지원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반면 검찰은 '주식회사'인 성남FC에 당시 성남시장이 후원금을 유치한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다. 성남FC는 외견상 성남시 공공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남시 장애인체육회가 대주주인 주식회사 법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반 기득권, 희생 강조…지지층 결집 꾀했나



이 대표는 스스로를 기득권의 표적으로 설명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꾀하기도 했다. 그는 "잘난 사람만 누리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꿨다"면서 "불가침의 성벽을 쌓고 달콤한 기득권을 누리는 이들에게 이재명은 언제나 반란이자 불손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며 "기득권과 싸워오면서 스스로 어항 속 금붕어라고 말했고 그렇게 여겨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약 9분간 준비해 온 입장문을 모두 읽은 뒤 박홍근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정청래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성남FC 후원금 의혹'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0일 오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 대표가 조사실로 들어가는 1분 남짓한 시간에도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재명 힘내라"를, 반대 입장을 가진 시민들은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치면서 각자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를 상대로 기업 6곳으로부터 후원금·광고비를 받게 된 경위와 과정을 하나씩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 기업들이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시기와 용도변경 등 인허가를 따낸 시점이 맞물리는 이유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는 줄곧 성남FC 구단뿐 아니라 성남시민에게 도움이 된 모범 사례라고 주장해 왔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조사는 장시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성남FC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이던 2014~2018년 당시 6개 기업(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알파돔시티·현대백화점)들로부터 약 160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받고 인허가 편의 등을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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