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부산 모녀 살인…"정신과 약물 섞은 도라지차 먹여"

수년 전부터 복용한 정신과 약 갈아 사용
'몸에 좋은 도라지차'라며 모녀에 건네

부산지방법원. 송호재 기자

지난해 추석 연휴 부산의 한 빌라에서 이웃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이 자신의 정신과 약을 탄 도라지차를 범행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6일 살인·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0대·여)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A씨는 지난해 9월 12일 부산 부산진구 한 빌라에서 이웃 주민 B(40대·여)씨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일정한 수익이 없어 병원비나 카드 대금 등을 내지 못하는 생활고를 겪었고, 가족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는 상태였다.
 
검찰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A씨가 이웃 B씨의 시가 600만원 상당 귀금속을 노리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봤다.
 
A씨는 수년 전부터 자신이 복용하던 정신의학과 약을 절구로 빻아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탔다. 이 약에는 수면제 성분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A씨는 지난해 9월 11일 밤 이 물을 들고 모녀를 찾아가 '몸에 좋은 도라지차'라고 건네 먹인 뒤 정신을 잃게 했다.
 
다음날 새벽 2시쯤 쓰러진 B씨가 의식을 회복하자, 흉기로 찌르거나 목을 졸라 살해했다.
 
B씨의 딸 C양도 둔기와 휴대전화 등으로 안면을 가격하고 호흡기를 막아 숨지게 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A씨는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A씨 변호인은 "검찰 증거 기록을 검토한 뒤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추석 연휴 발생한 이 사건은 아들 D군이 숨진 B씨와 C양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D군은 A씨가 권한 약물을 함께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가, 지난해 9월 12일 낮 12시 50분쯤 깨어나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초기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곳곳에서 타살 의심 정황이 발견되며 사건은 급반전됐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