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오는 10일 오후 8시(현지 시간/한국 시간 11일 오전 10시) 미국에서 열리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3년 전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쓴 영광의 역사를, '칸느 박'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을 통해 재현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헤어질 결심'은 골든글로브 비영어권 작품상 후보에 올라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감독 에드바르트 베르거, 독일) △'아르헨티나, 1985'(감독 산티아고 미트레, 아르헨티나) △'클로즈'(감독 루카스 돈트, 벨기에) △'RRR-라이즈 로어 리볼트'(감독 S.S. 라자몰리, 인도) 등 쟁쟁한 작품들과 경쟁을 벌인다.
'헤어질 결심', 칸에서부터 외신들 호평 이어져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매년 영화와 드라마에서 최고의 작품과 배우를 선정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일명 '오스카'로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시상식으로 꼽힌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6일 CBS노컷뉴스에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는 전쟁, 법정, 멜로, 드라마 등 장르적으로 다양한 작품이 올라왔다"며 "완성도에 있어서는 두말할 것 없이 다 훌륭한 작품이라 어떤 작품이 가장 여운이 길게 남고 외신 기자들에게 강렬함을 선사했는지가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신기자들이 수상작이 결정하는 만큼, 칸영화제에서 외신들의 호평이 이어졌던 '헤어질 결심'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헤어질 결심'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22년 10대 영화'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영국 BBC가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영화 20편' 등에 선정된 것은 물론 피플과 가디언 역시 '올해의 영화 10'에 '헤어질 결심'을 포함했다. 또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22년 가장 좋았던 영화 중 하나로 '헤어질 결심'을 꼽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같은 '헤어질 결심'과 박찬욱 감독에 대한 호평은 영화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헤어질 결심'은 강렬한 오프닝과 더불어 박찬욱 감독만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관객을 단번에 현혹시킨다"며 "그리고 마침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느낌과 동시에 사정없이 마음을 흔들며 심장을 붕괴시킨다"고 찬사를 보냈다.
LA타임스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 줬으며, 한국 영화를 대표해 오스카 레이스에 뛰어들 '헤어질 결심'은 은은한 감성과 풍성한 쾌감을 선사하는 밀도 높은ㅇ르"라고 극찬했다. 또한 ABC 뉴스는 "'헤어질 결심'은 주인공은 물론 관객들까지 안개 낀 꿈과 같은 환상 속으로 이끈다"며 박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을 극찬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2020년 '기생충' 신화 재현할까
한국 영화 최초로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 2020년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현 비영어권 작품상)을 받았다. 이후 수상 릴레이는 오스카로 이어져 작품상·감독상 등 제92회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박찬욱 감독 역시 골든글로브를 찍고 오스카로 향할지 국내외의 이목이 쏠린다.
'헤어질 결심'과 함께 비영어권 작품상에 오른 작품들의 면면 역시 만만치 않다. 최대 경쟁작인 'RRR'과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받는 등 지난해 화제의 중심에 선 작품들이다. 이 밖에도 베니스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의 '아르헨티나, 1985',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의 '클로즈' 모두 외신들의 극찬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평단과 언론을 모두 사로잡은 작품 가운데 과연 어떤 작품과 감독이 골든글로브의 영예를 품에 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에게 '오스카 예측 전문 매체'로 잘 알려진 미국 골드 더비가 실시 중인 전문가들의 '2023 골든글로브 영화 부문' 예측 비영어권 작품상 분야에서 '헤어질 결심'(총 17표 중 1표)은 경쟁작인 'RRR'(14표)과 '서부 전선 이상 없다'(2표)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또 다른 매체 넥스트베스트픽처(Nextbestpicture)에서도 골든글로브 예측 투표를 진행했는데, △'RRR'(총 10표 중 7표) △'서부 전선 이상 없다'(2표) △'헤어질 결심'(1표) 순으로 나타났다(이상 6일 기준).
윤성은 평론가는 "외신 기자들은 사회적 이슈에 기반 둔 작품에 더 마음이 갈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조금 다른 스타일이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뉘는 구조, 휴대폰을 이용한 대화 등 동시대적이고 새로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둔다면, 그리고 박 감독이 워낙 유명하고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감독임에도 골든글로브에는 처음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이 조금 더 높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골든글로브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 지명과 이를 통한 이슈화가 향후 '오스카 레이스'(오스카 수상을 위한 여론 홍보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 영화 홍보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사 등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만큼 각종 시상식 노미네이트와 수상은 오스카 수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윤 평론가는 "골든 글로브를 통해 영화가 이슈화될 수 있기에 유리한 측면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아카데미 회원들도 그 해 나온 작품 리스트를 받긴 하지만 모두 보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봤을 때, 다른 데서 상 받았다거나 최근 이슈화된 작품부터 볼 확률이 높다"며 "작품이 다른 데서도 인정받았다는 건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