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허위 진단으로 병역 면탈을 도와 구속기소된 브로커가 타인의 사무실을 본인 사무실인양 홍보하고, 군 관련 시민단체에 무공훈장을 받아주겠다며 직함을 요구한 후 이를 다시 병역 면탈 알선에 활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병역의 신'을 자처한 브로커 구모씨는 인터넷 포털 블로그에 다른 행정사 사무실의 입간판을 본인의 사업과 관계있는 사무실인양 홍보했다.
구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대한기술·일반행정사사무소' 간판 사진을 올리고 "기술·행정사 2개 이상의 자격을 보유한 최고의 행정사 분야 전문가분들의 협회 사무실"이란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실제 대한기술·일반행정사사무소를 운영했던 행정사 A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사무실을 뺀 지 1년 조금 안됐다"며 "구씨와 관계는 며칠 동안 기술행정 교육을 했던 것이 전부다. 이후에 연락도 안해서 누군지조차 까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구씨가 자신의 사무실 사진을 본인의 블로그에 올렸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A씨는 "도대체 남의 사무실을 왜 그렇게 올려놓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사무실이 있던 위치에는 행정사 업무와는 관계가 없는 업체가 들어서 있다.
구씨는 사무실 주소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공유오피스 업체로 두면서 다른 곳에 마련한 사무실 내부 사진을 올려 정상적인 사무실이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해당 공유오피스 관계자는 "구씨는 지난해까지 공유오피스에 사무실 주소를 두고 회의실·카페 등 공간 활용 서비스를 이용한 적은 있지만, 입주 업체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구씨가 본인의 경력으로 내세운 내용도 일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씨는 2021년 3월 자신의 '국군국방행정사무소' 블로그를 보고 연락 온 한 국군포로 관련 단체 대표에게 화랑무공훈장을 받도록 해줄테니 단체 직함을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해당 단체는 구씨에게 '부대표이사' 직함을 주기도 했다. 또 구씨는 단체로부터 약속한 훈장 수여를 위해 '6.25무공훈장 찾아주기 조사단' A 소령과 접촉했다면서, 단체 측에 A소령과 주고받은 듯한 이메일 캡처사진을 보여줬다.
하지만 해당 메일 수신자 주소는 국방부 조사단 공식 계정과는 주소가 교묘하게 다른 가짜 계정이거나 검찰이 구씨 공범으로 보는 다른 브로커 김모씨 계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소령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6·25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은 6·25 전쟁당시 무공훈장 서훈 대상자로 결정됐으나 당시 혼란한 상황으로 아직까지 훈장을 전달받지 못한 공로자를 찾아 수여하는 사업"이라며 "훈장을 새로 수여 하는 게 아니라서 국군포로 관련 단체는 접촉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구씨가 경력으로 내세운 공군수사관 출신이라는 것도 허위로 밝혀졌다. 검찰은 구씨가 병역 관련 상담을 하러 온 의뢰인들에게 자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경력을 내세웠다고 본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브로커 구모씨를 구속 기소한 이후 구씨의 도움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이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축구와 배구 선수뿐 아니라 승마·볼링 선수와 래퍼 등도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전체 수사대상은 100여 명에 달하며, 운동선수 외에 헬스 트레이너 등 집중 수사대상만 수십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이들 병역 브로커와 관련된 복수의 병·의원 뇌전증 진료기록을 확보해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