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리스크'에 XBB.1.5까지…"당분간 脫마스크 어림없어"

입국前 검사 의무화에도 누적 양성률 22%…'5명 중 1명'
中 당국, 34개월 만에 격리의무 폐지…"입국수요 더 늘 것"
'6억 이상' 감염된 중국서 새 변이 출현 가능성 여전히 유효
美 휩쓴 XBB.1.5, 국내유입…아직 비중 적지만 증가 가능성
전문가 "애초에 이달말 '노마스크' 무리…과학방역 어디 갔나"

황진환 기자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한풀 꺾였지만, 해외 변수가 만만치 않다.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연초부터 중국발(發) 해외유입 환자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온 중국이 '방역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중국발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XBB.1.5' 등 역대급 전파력을 자랑하는 오미크론 하위변이의 국내 유입도 확인됐다.
 
당초 정부는 작년 말 '실내마스크 의무 조정' 결정기준을 발표하는 등 마스크 해제에 속도를 냈지만, 당분간은 공론화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유행 규모는 감소 중이나 향후 방역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입국 전후 '이중단속'에도…중국發 '5명 중 1명' 누적 확진

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발 단기체류 외국인의 코로나19 양성률은 14.8%다. 지난 7일 하루 동안 단기체류자 291명이 공항 검사센터에서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고, 4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직전일인 6일보다는 8.7%p 줄어든 결과다. 당일엔 단기체류자 153명을 검사해 36명이 확진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중국발 승객에 대한 입국 전 검사를 의무화했다. 이달 2일 시작된 입국 후 PCR 전수검사와 함께 양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장치가 이중화된 셈이다. 중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입국자는 탑승 48시간 이내 PCR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음성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사전 음성확인서는 중국발 유입을 일부나마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기대됐는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적용 1일차 양성률은 12.6%에 그쳤으나, 6일 23.5%로 반등했고 7일 다시 14.8%로 하락했다. 입국 전 검사가 도입되기 전엔 하루 입국자 '3명 중 1명'(4일 기준 31.5%)이 확진된 점을 감안하면 효과가 없다고 볼 순 없지만, 그렇다고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지금도 입국 후 많게는 4~5명 중 1명이 감염자로 판별되고 있어 상황이 간단치는 않다. 현지 검사가 유효하다면, 검사 당시 잠복기였거나 입국 직전 감염됐을 확률이 높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지난 2~7일 항공편으로 입국한 중국발 단기체류자의 누적 양성률은 21.7%(1643명 중 357명 양성)다.

방역 강화 영향이 본격 반영된 4일부터 해외유입 환자는 172명, 5일 194명, 6일 258명, 7일 219명, 8일 132명 등 닷새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중 중국발 입국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6%(131명)→70%(137명)→80%(208명)→78%(171명)→78%(103명) 등 8할에 달한다.

6억 감염됐다는 中, 입국 더 는다…"새 변이 가능성 유효"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에서 입국한 해외여행객들이 의료진 및 군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

문제는 앞으로 중국발 입국수요가 더 급증하리란 점이다. 중국 당국은 전날 입국자에 강제해온 격리를 34개월 만에 폐지했다. 입국 후 PCR 검사도 사라졌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019년, 2020년 등 코로나로 입국을 제한하기 전엔 중국에서 하루 30만 명 이상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며 "중국 내 격리의무가 풀렸으니 한국을 경유하거나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지금보다 입국자가 한 10배쯤 늘어 매일 1만 명씩 들어오는데 약 10%가 양성이라면 하루에 1천 명씩 격리를 해야 한다. (격리기간인 7일을 곱하면) 7천 명을 격리해야 하는데 우리가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엄 교수는 "외교적 문제도 있고, 중국의 유행이 다 잠잠해질 때까지 입국 제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명한 처신이 필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중국 본토의 유행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지 전문가 사이 상하이 인구의 70%, 베이징은 시민 80%가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추정이 나온 바 있다. 작년 말, 감염병 권위자인 쩡광 전 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 과학자는 "베이징 감염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80%를 넘겼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중국 전역에서 이미 6억 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접한 우리는 어느 지역보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 및 중증환자, 사망자를 '과소 추계'하는 등 방역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도 최근 "중국에서 확보할 수 있는 완전한 데이터는 없는 셈"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엄 교수는 "(그리스) 알파벳이 바뀔 정도의 변이가 (중국에서) 나올 가능성은 유효하다"며 "설령 나오더라도 중국 정부에서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휩쓴 XBB.1.5, 국내 상륙…'백신 무력화' 우려도

또다른 위험요소는 한 달 전 국내 유입된 XBB.1.5 변이다.
 
XBB.1.5는 일명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린 BA.2 변이에서 파생된 XBB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미국 등에서 한창 유행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44%가 XBB.1.5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초 기준 4%에 비하면 가파른 확산 속도다.
 
중증도 관련 정보는 부족하나 면역회피력에 있어서는 기존 변이들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중국발 유행이 통제되지 않는 것보다 더 걱정되는 게  XBB.1.5다. 여러 연구결과가 천천히 나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현존하는 변이 중 최고의 전파력을 가진 게 BQ 계열이었다면, 그보다 (전파력이) 높게, 오래 유지된다고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도 XBB 계열 변이의 상승세가 재감염 증가뿐 아니라 새로운 재유행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미크론용 부스터샷'에도 강력한 저항력을 가진 점 또한 지적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기준 국내에서 검출된 XBB.1.5는 국내 감염 6건, 해외유입 7건 등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변이바이러스는 BA.5지만, 점유 비율은 지난달 첫 주 60.5%에서 38.2%까지 떨어진 상태다.

현재로선 XBB.1.5의 비중이 미미하지만, 이는 아직 바이러스의 유입량 자체가 적어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엄중식 교수는 "유행 감소세가 정체되거나 다시 올라가면 (국내) 어딘가에서 또 새로운 변이가 유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 XBB(계열)부터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면역력이 낮아진 고위험군에서 XBB.1.5 등 새 변이가 퍼지게 된다면 중증 위험은 자연히 높아지게 된다. 이들의 2가백신 접종률은 각각 30%대, 50%대로 저조한 수준이다.

"애초에 1월은 '노마스크' 무리…과학방역 아닌 정치방역"

류영주 기자

이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전문가들은 정부가 "빠르면 1월 말"로 공언했던 실내마스크 의무 조정은 '물 건너간 얘기'라고 봤다. 한동안은 논의조차 쉽지 않으리란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주간 환자 발생 2주 이상 연속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감소·주간 치명률 0.10% 이하 등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조정기준 2가지가 충족됐다는 점을 들어 곧 마스크를 벗게 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엄 교수는 "현 상황이 정부의 논의가 너무 섣불렀다는 것을 증명한다. 1~2월 중국 등 여러 국내외 변수를 고려해 3월쯤 논의를 '시작'하는 게 시기적으로 맞을 거라고 말씀드렸다"며 "이 상황을 보며 누가 (여론을 무릅쓰고) 마스크 얘기를 꺼내겠나"고 지적했다. 그는 "이쯤 되면 '과학 방역'이 아니라 '정치 방역'"이라고 비판했다.

신상엽 위원장도 "7차유행은 잦아들겠지만 개학하는 3월 이후 재유행이 또 시작될 것"이라며 "앞으로 지금의 상황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갈 거란 전제 하에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올 봄이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가능하리란 시각에 대해서도 "애초에 그런 건 정치적 압력을 받은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질병청은 "(실내마스크 의무조정을 위한) 4개 지표 중 2개가 참고치에 도달하였으나 참고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라며 "신규 변이 및 해외상황 등 추가 고려사항을 포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종합적인 판단 및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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