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용두사미' 비판 왜…'주최 없는 행사' 윗선 규명 한계

특수본, 설 명절 전 수사 마무리
용산 관할 기관 단위에 대한 형사처벌 결론
상급기관인 서울시, 행안부 '혐의없음' 전망
'주최 없는 행사' 윗선 규명 한계
정치적 책임 실종, 특수본 수사 '과부하'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모습. 황진환 기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용산 지역 단위 기관을 위주로 법적 책임을 묻는 수순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용두사미'라는 비판에 직면한 모양새다.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수사는 '윗선'으로 뻗어가는데 한계에 부딪혔고 서울시, 행안부 등 상급기관의 책임을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대형 참사에 있어 진상 규명이 온전히 특수본에게만 맡겨진 모습은 되짚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정치적 책임'이 실종된 상황에서 수사를 통한 책임 규명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시각이다. 참사 책임 소재에 대해 정부가 보여준 태도도 수사의 폭을 오히려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본은 설 명절 전 수사를 마무리 짓고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수사의 결과물은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동 일대를 관할하는 기관 단위에 대한 형사처벌로 보인다.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가 핵심 대상인 셈이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왼쪽), 박희영 용산구청장. 윤창원 기자

앞서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구속 송치했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구속영장 신청이 검찰에 의해 반려된 뒤, 불구속 송치로 마무리할 전망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역시 불구속 송치 예정이다.

관심이 집중됐던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에 대한 수사는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인 이유는 현행법상 구체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행안부 등 중앙행정기관은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광역자치단체는 '시·도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기초자치단체는 '시·군·구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세우게끔 돼 있다.

이태원동에 한정된 재난안전관리 기본 계획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의 몫이고 서울시와 행안부는 구체적 의무가 없다는 판단이다. 재난안전법상 재난에 대한 응급조치 책임이 기초자치단체에 구체적으로 부여된 점도 서울시와 행안부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도 서울시와 행안부에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사고 예견을 못했거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입증되므로 주로 현장 관계자, 실무자 등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윗선'인 행안부 장관이나 서울시장까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사고 발생과 관련한 인과 관계가 좀 더 명확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 책임을 물으려면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있어야 하고 예견 가능성, 회피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상위 기관으로 갈수록 그런 의무들의 규정을 살펴보면 구체성과 직접성이 덜하다"라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 연합뉴스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우 자치경찰사무를 지휘할 수 없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국가경찰사무는 경찰청장이, 수사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자치경찰사무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핼러윈 참사 예방의 경우 생활안전, 교통·경비와 관련한 업무로 자치경찰사무에 속하는 셈이다.

'윗선'에 대한 법리 적용이 이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참사는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책임 규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 수사는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를 통해 주요 피의자를 구속하고 총 28명을 입건하는 등 상당 부분 성과를 거뒀으나, 결국 '윗선'으로 향하는 틀을 깨는데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사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며 출범했지만 결국 막판에는 '용두사미'라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다.

이에 대해 특수본 내에선 '주최 없는 행사', '압사'라는 전례가 없는 참사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수사를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특수본의 역할은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적 책임'이 실종된 가운데, 특수본에 모든 책임 규명을 떠맡기며 일종의 과부하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앞서 1993년 서해 훼리호 참사 당시 사고 8일 후 교통부 장관 등이 해임되고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듬해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사고 당일 국무총리가 사표를 내고 서울시장은 경질됐으며, 3일 후에는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담화가 나왔다. 반면 이번 참사에서는 정부 차원의 정치적 책임 보다는 모두가 경찰 수사만을 바라보는 현상이 이어졌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할 책임은 경찰에 있다"며 경찰에 대한 강력한 질타가 나오고,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는 "당분간 개각은 없다"며 이상민 장관 등에 대한 개각설을 잠재우는 등 정부의 여러 행보가 경찰 수사의 폭을 오히려 위축시킨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특수본 수사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유족 등의 반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은 "윗선인 행안부와 서울시가 참사 발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본부는 "참사의 책임이 정부와 대통령실로 향하지 않도록 말단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윤석열 정부의 책임 회피"라고 주장하며 오는 9일 기자회견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참사 관련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 지난해 12월 28일 수사불개시를 결정하고 특수본에 회신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고발이 들어오면 경찰은 공수처에 통보하게 돼 있고 공수처장은 60일 이내에 직접 수사 여부를 경찰에 회신해야 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