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 하나가 풀렸다. 5일 '원조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난립이 예상됐던 친윤 주자들의 교통정리가 시작됐다. 권 의원의 중도 하차로 친윤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게 된 김기현 의원은 당내 의원들의 지원을 받으며 세몰이에 나섰다. 남은 건 각종 조사에서 선두권을 차지하는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불출마 '윤핵관' 권성동…"대통령 최측근 불필요 오해 우려"
권성동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심이 작용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아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여론을 수용했다"며 전당대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총선 승리가 절실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일말의 오해도 없어야 한다"며 "당의 화합과 단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직전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신년인사를 공개하고 선거캠프를 마련하는 등 당권 행보를 해온 터라 불출마 선언이 갑작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다.권 의원은 본인의 불출마에 대해 "대통령과 논의할 사안은 아니고 스스로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의 전격 불출마 선언에 당권주자들도 술렁였다. 김기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희생적 결단이 당 단합을 도모하는 커다란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반면, 나 전 의원은 "권 의원이 (출마를) 한다고 했는데 하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또다른 '윤핵관'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라며 "본인의 고독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최대 수혜자 김기현, 배현진 지역구서 세몰이
권 의원의 중도 하차로 단일 '윤심' 후보로 나서게 되며 최대 수혜자가 된 김기현 의원은 당내 의원들의 지지를 업고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배현진 의원의 지역구인 송파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연단에 섰다. 친윤 의원 30여명의 지원사격과 응원 피켓을 든 당원들의 성원으로 행사는 흡사 김 의원의 캠프 출정식을 연상케 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도 행사장을 찾았지만, 두 사람에게는 마이크를 잡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주요 내빈들을 소개한 배현진 의원은 김 의원과 장제원 의원을 나란히 소개한 뒤 "하다 보니 또 김장이 됐다"며 '김장연대'를 언급했다. 연단에 선 김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요즘 쓰는 말로 싱크로나이즈, 동기화, 대통령과 눈빛만 봐도 뜻이 통하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원들을 상대로 '윤심'을 어필했다.
교통정리 된 친윤 후보에 변수는 나경원‧유승민
남은 변수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년간담회에서 당 대표 출마 여부에 관해 "아직은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단계"라며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는 그 자리(당 대표)에서 더 크게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며 여지를 뒀다. 마찬가지로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유승민 전 의원도 당권도전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출마 가능성은 반반이며 백지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연일 '당대표 수도권 출마론'을 주장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이날 경북 구미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그는 "영남에 한정된 국민의힘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강한 국민의힘, 당 지도부를 영남권에 가두는 게 아니라 수도권으로 진격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며 수도권에서의 경쟁력을 재차 강조했다. 안 의원은 축사를 보내 "수도권에서 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만 민주당을 제압할 수 있다"며 '김장연대'에 맞서는 '수도권연대'를 다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