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며칠 전 서울의 방공망이 2미터짜리 무인기에 뚫려서 군 당국에 비상이 걸린 일이 있었는데요, 이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위 하늘까지 들어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군 당국은 당시엔 절대 아니다, 부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이 바뀌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P73까지 침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참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도 문제인데 군이 혹시 거짓말까지 한 거라면 일이 더 커질 듯합니다.
국방부 출입하는 김형준 기자와 알아보죠. 김 기자, 일단 비행금지구역이라는 게 뭔지부터 알고 들어가죠.
[기자]
아시다시피 비행기는 속도가 아주 빠릅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는 가까운 구역에 들어오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걸 막기 위해서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 북쪽 북한 지역에는 특별감시선과 전술조치선을 미리 그어 놨어요. 가상의 선입니다. 북한 공군이 여기까지 다가오면 바로 대응하도록 프로토콜을 정했습니다.
서울 시내에도 비슷한 맥락에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놨는데요, 과거 청와대를 기준으로 P73 알파는 반경 2해리, 3.7km, P73 브라보는 반경 4.5해리, 8.3km. 지금은 없어졌고요. 이 구역 안에 허가 안 받은 항공기가 들어오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부터 시작해 격추도 가능합니다.
새로운 비행금지구역을 지도에 그려 보면 이화여대, 서울시청, 종로 일대가 포함되고요. 더 동쪽으로 가면 동대문 근처까지도 이 비행금지구역에 포함됩니다.
[앵커]
군 당국은 처음에는 북한 무인기가 이 구역 안을 침범한 적은 없다고 발표했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지난 주 목요일, 그러니까 12월 29일,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의 말을 직접 들어 보시죠.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적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 P-73을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적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 P-73을 침범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명합니다."
이 이야기가 왜 나왔냐면요, 같은 날 아침에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예요. 들어보시겠습니다.
"합참에서 보고한 비행 궤적을 보니까 은평구, 종로, 동대문구, 광진구, 남산 일대까지 이렇게 왔다 간 것 같아요. 용산으로부터 반경 3.7km가 비행금지구역이잖아요. 그 안을 통과했을 확률이 많아요."
[앵커]
이런 김병주 의원 주장에 대해서 합참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정말 강하게 유감입니다 공식적으로 반박을 했는데 1주일만에 말이 바뀌었다고요?
[기자]
네, 합참 관계자는 오늘 저를 비롯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세한 경로까지는 군사보안상 말할 수 없지만,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도를 가지고 추정해 보면 종로와 청계천 일대를 지나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는데요,
다만 합참은 여기에 달린 카메라의 성능, 그리고 카메라로 뭘 찍으려면 조작을 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용산 대통령실을 찍을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방금 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이 가능성 자체는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는데 어느 쪽이 사실이든 방공망이 뚫린 건 같습니다.
[앵커]
어떻게 1주일 사이에 이렇게 말이 바뀌게 된 거죠?
[기자]
안그래도 오늘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왜 군 당국이 말을 바꿨냐,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는데요.
합참의 설명을 들어 보니 이런 논리입니다. 레이더라는 게 주변 지형이나 건물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전파를 쏴서 돌아오는 거리를 측정하는 거라서요. 특히 서울 같은 곳에서는 지형지물이 많으니까 탐지가 됐다 말았다 해서 항적, 즉 레이더에 표시된 흔적도 마찬가지로 있다 없다 하는 경우가 꽤 있대요.
처음에 군이 발표를 했을 때는 레이더에 점과 선으로 나타난 항적을 이어 보니까 작전요원들이 무인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게 아닌 것 같다면서 그렇게 발표를 했었는데요,
합참 전투준비태세검열실에서 나가서 레이더 영상을 초 단위로 돌려 보고 정밀 분석을 해봤더니,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에 있었던 이상한 항적이 다른 게 아니고 무인기였을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앵커]
그걸 언제 알았다는 건가요? 일주일 동안 분석해서 결론이 나왔다는 거예요?
[기자]
그것도 저희에게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기자들이 이걸 왜 지금 와서 이야기하냐고 항의를 했고요.
여기에 대한 대답은, 정밀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이 가능성도 100%까지는 아닌데, 무인기일 공산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서 발표를 하게 됐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숨기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밝히려고 했다가 그랬다… 뭐 이랬다는 이야기인데, 지난주에 너무 단적으로 발표를 했다가 또 일주일 뒤에 말을 바꿨기 때문에,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사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앵커]
약간 변명처럼 들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기자]
그럴 수 있죠. 지난 주에 문제의 발표를 했던 당사자인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이 방금 전 다시 입장을 밝혔습니다. 들어 보시죠.
"당시에는 작전요원들에 의해 최초 확인된 사실에 입각하여 발표한 것입니다. 이후 전비태세검열실이 종합적인 조사 과정에서 정밀분석한 결과를 설명드리게 된 것입니다. 다만, 두 가지의 차이로 인해 언론 보도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앵커]
유감 표명 했고, 당시에도 후속 대책 발표가 나왔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는 중이죠?
[기자]
오늘이 사실 사건 발생으로부터 딱 열흘 되는 날인데요, 일단 합참 차원에서는 일주일 전에도 비슷한 훈련을 했는데 오늘 오후에 충남 대천사격장, 경기도 파주, 강원도 양구, 인제, 속초 등 여러 곳에서 무인기를 쏴서 잡는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일단 서울을 휘젓고 도망쳤던 문제의 무인기와 비슷한 크기의 무인기를 표적으로 동원해서 띄웁니다. 당시 작전에 투입됐었던 KA-1 경공격기, AH-1S 코브라 공격헬기 같은 무기체계를 동원해 사격 훈련을 진행했고요.
이외에도 조그마한 500MD 디펜더 헬기에 사람이 전파방해장비를 들고 타서, 이걸 안티 드론 건이라고 합니다. 드론 쪽으로 전파를 쏘면 신호가 교란됩니다. 그래서 격추시키는 방법, 이걸 소프트킬이라 합니다.
[앵커]
괜찮나요?
[기자]
네, 제가 몇몇 전문가들에게 한번 물어봤더니 상당히 괜찮은 방법이라고 평가를 했습니다.
[앵커]
모기 잡는 데 미사일 쏠 거냐, 이래서 민간 피해 때문에 못했다고 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국방부 차원에서도 조금 더 멀리 가는 대책으로,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는데요, 일단 여러 가지 탐지장비들이 육해공군 가릴 것 없이 각자 포착한 정보를 빨리빨리 서로 공유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고요.
아까 말씀드린 전파방해장비 같은 것들도 빨리 도입해서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탐지하고 타격할 수 있게 전반적인 장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책도 있었는데 북한의 입장에서 탐지가 어려운 소형무인기를 올해 내로 대량생산하고, 육해공군의 드론을 통합 운용하는 합동드론사령부를 만들겠다는 방안도 내놓았어요.
[앵커]
갸우뚱했다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 납득이 안 가셨을까요?
[기자]
드론을 통합 운용한다는 합동드론사령부를 만든다, 이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드론 무기체계는 군단이나 사단에 예속돼서 그 군단이나 사단의 작전을 도와주는 식이거든요. 이걸 합동으로 운용해서 어떤 전략적 효과를 노리는지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가능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방어를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역으로 우리가 북한에 드론을 보내는 방법까지 연구하기에는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