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신혼부부 출산땐 원금 탕감 검토…과감한 정책 필요"

저출산고령위 신년 간담회…"인구문제, 全국가적 어젠다"
신혼부부·청년 지원 강조…"이자 낮춰주는 정도론 불충분"
초저리 대출後 출산 시 원금·이자 탕감하는 '헝가리 모델' 언급
"부성 보호도 강화해야…육아휴직, 직장 '가산요소' 되게 할 것"
"돈 준다고 출산 결심 않지만, 재정투입 없이 출산율 제고 불가"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위 제공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한국이 맞닥뜨린 '인구 위기'와 관련해 "결혼하고 싶은 사회, 아이 낳고 싶은 사회를 위해, 기존 정책의 효과성 평가를 통해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신혼부부에게 낮은 이자로 결혼자금을 대출하고, 아이를 낳을 때마다 이자와 원금을 탕감해주는 '헝가리 모델'을 재차 언급했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정부 정책 중) 잘못된 대책은 과감히 대체하거나 보완하겠다.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나 부위원장은 오는 2025년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선다는 점을 들어 "미래 성장동력이 감소되고 노인 부양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는 국가 존립과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전 국가적인 어젠다"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청년들이 결혼을 꺼리는 주된 이유가 '결혼자금 부족'이라는 통계청 조사결과를 인용했다. 나 부위원장은 "신혼부부와 청년에 대한 주택 도입과 전세자금 대출 등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추가지원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이자를 좀 더 낮춰주는 제도는 있었는데, 이보다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원금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정교하게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앞서 나 부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헝가리의 정책을 국내 도입해볼 만한 대책으로 꼽은 바 있다. 결혼이 예정된 커플에게 4천만 원 정도를 초저리로 대출해주고, 출산 때마다 이자와 원금을 면제해주는 출산지원책이다.
 
아이들을 맘놓고 키울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일하는 부모의 육아시간을 보장하고 출산·육아에 따르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나 부위원장은 "육아휴직 기간 연장과 함께 유연근무 형태를 다양화하고, 경력단절을 최소화하면서도 양육을 잘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보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육아휴직자의 대체인력 고용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 또한 마련해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육아휴직 사용 후 인사 고과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하기로 했다. 나 부위원장은 "직장에서의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이 승진이나 업무평가 등에서 감산 요인이 아닌 가산요인이 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지원은 여성에게뿐 아니라 남성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히 했다.
 
나 부위원장은 "예전엔 '모성'만 (얘기)했는데 저는 '부성 보호'도 같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력 단절을 막는 대안으로)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있긴 한데, 그 시간의 제한도 있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소득 감소 등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근로를 동시에 아우르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는 게 위원회의 입장이다.
 
아이를 키우며 육아기 여성이 '경력 단절'을 맞게 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교육돌봄체계도 촘촘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나 부위원장은 초등돌봄운영시간 및 방과후 프로그램 연장 외 '다(多)자녀 가정 양육부담 경감대책'을 거론했다.
 
그는 "현재 다자녀 대상 대책은 많지만 공공요금이나 교통요금, 관람료 할인에 그쳐 다자녀 가정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도는 낮다. 체감할 만한 실질적 추가지원을 고민하겠다"며 "태어난 모든 아이가 행복하도록 사실혼 등 가정형태로 인한 차별이나 지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부터 도입되는 '부모급여' 등 현금성 지원만으로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는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물론) 돈을 주는 것만으로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어느 나라도 돈을 투입하지 않고 출산율을 제고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나 부위원장은 "'돈을 주니까 출산을 해라', 이것만은 아니다. 다른 지원도 같이 가야 하고, 다른 정책과 정교하게 교합해서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다자녀 가구 아동수당 지급연령 상한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다만, 국민에게 출산을 '강요'했던 과거의 노선을 답습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아이를 낳아라', '가정을 가져라' (이렇게) 강요하겠다는 의미는 없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잘못된 것은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공급자 위주의 정책으로 갔기 때문"이라며 "환경이 어려워지면 동물도 새끼를 안 낳는다"고 말했다.
 
인구 문제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로 거듭나기 위해 실권이 약한 위원회를 '인구미래전략위원회'로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저출산·고령화' 프레임을 넘어 인구구조 변화를 전방위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규모와 내용을 내실화하겠다는 것이다.
 
나 부위원장은 "(관련) 법이 발의됐고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분야별 소위를 위원회 산하에 두기로 했다. 주요 어젠다별 TF를 구성해 혁신적 발굴 등을 건실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사회·문화 전반을 바꾸기 위한 언론의 적극적 협조도 당부했다. 나 부위원장은 "한국은 전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1'이 안 되는 유일한 나라다.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90년대생이 부모가 될 수 있는 해가 7~8년 남았다"며 "지금 결혼하겠다는 (청년 비율은) 50%가 안 된다"고 짚었다.
 
아울러 "제도와 기성세대의 잘못도 있지만, 이 문화를 바꾸려면 언론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말 위기다. 한국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지속가능한 한국이 되도록 사명감을 갖고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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