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불을 붙인 중대선거구제 화두가 부산 정치권에도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체로 다선의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의 선거구에서 2인 이상의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부산지역 국회의원 선거는 전체 18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받은 대표 1명씩을 뽑는 소선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소선구제는 다량의 사표가 발생해 대표성이 떨어지고, 양당체제를 강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인 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부산은 현행 18개 선거구가 9개로 줄어들고, 3인 선거구제는 6개, 4인 선거구제는 선거구가 4~5개로 줄어든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3선의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의원은 "부산은 4인 선거구제로 가는 게 적당하다"면서 "한 선거구에서 5인 이상 뽑는 대선거구제는 대통령제에서는 권력이 너무 분산 돼 적합하지 않고, 기존 여야 정당의 합리적인 의석수 확보와 소수정당의 진출을 위해서는 4인 선거구제가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사실상 수십 년간 국민의힘이 독점해온 부산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더불어민주당에 의석수를 내어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 하 의원은 "소선구제의 폐해인 골목정치와 지역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중대선거구제"라면서 "부산은 민주당의 지지가 40%에 육박하기에 민주당 의석수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정치 개혁을 위해 우리 정당이 일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같은 당 5선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오랫동안 비례대표를 없애고 국회의원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 "특히 인구 집중 지역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지역구 의원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조 의원은 "기존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소신에 같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일단 중대선거구제 자체는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당 2선의 박재호(부산 남구을)은 "지금 우리의 정치문화는 올오어낫싱(all-or-nothing) 게임"이라면서 "소선구제에서는 국회의원은 공천에만 매달려, 정책 대안은 없고 상대 당, 상대 후보가 잘못돼야 내가 이득을 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상대방 깎아내리는 싸움을 할 이유가 줄어들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같은당 2선이자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인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의원은 "4인 이상 대선거구제가 실시돼야 명실상부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2~3인 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와 같은 '특정 정당 독식' 구도는 사라질 수 있지만, 부산에서 제3당의 출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부산에서 유일하게 4인 선거구제가 실시된 '기장다' 기초의원 선거구에서도 국민의힘 3명과 민주당 1명 이 의석을 모두 가져갔다. 이 때문에 소수정당은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를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진 정의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사표 없이 시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선거제도와 비례성 강화를 위한 정치개혁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현 정부가 말하는 중대선거구가 사실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그저 한 선거구에서 1명 뽑는 것을 2명으로 늘리자는 것이라면, 그래서 거대 양당 정치만 남는 기존 소선거구 단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중대선거구제가 퇴출대상으로 지목된 중진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청년·여성 등 '정치적 약자'와 초선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