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화두 던진 중대선거구제에 술렁이는 TK "우리가 더 불리"

'여당으로서' 대통령‧정부 의견 따라야 하지만…선거 셈법 현실론
"野-호남 지지에 비해 與-영남 지지는 굳건하지 않다" 우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제기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에 '보수의 심장' TK 지역구가 술렁이고 있다. 집권여당은 보통 대통령의 비전을 제도화하는 데 앞장서고, 특히 집권 초 대통령의 권력이 정점일 때 그런 경향이 짙지만 이번 이슈에서는 좀 다르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중대선거구제가 의석을 얻기에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2일 윤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시한 여러 화두 중 현역 국회의원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중대선거구제'다. 한 지역구에 2명 이상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는 기존 2순위 이하 후보에게 던져진 사표(死票)를 최소화하고, 상대적으로 다양한 정당 소속 후보자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 지역주의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정치개혁의 주요 의제로 꾸준히 등장해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중대선거구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도화되지 않은 이유는 양당의 텃밭이자 기득권 지역인 영호남 지역구에서부터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구체제에서 지역 별로 의석 다수를 점하고 있는 여야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약세인 지역에서 일부 의석을 얻는 대신 강세 지역 일정 의석을 상대에게 내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여당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TK 지역구 의원들은 '진퇴양난'의 난감함으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일단 여당으로서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사안에 반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예전엔 당의 반대가 컸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사안이다. 사실상 지침인 셈인데, 그걸 무시하진 못할 것"(국민의힘 다선 의원)이란 말이다. 이날 대통령실 주최 신년 인사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현실 가능성이 주요 화두였다.
 
여야 양당이 유리한 지역에서 2~4순위 후보자에게까지 당선의 문을 열어주는 방식의 선거제도 개편이 현재 야당에 좀 더 유리하다는 게 영남권 의원들의 주된 평가다. "호남지역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영남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보다 아직 단단하지 못하다. 영호남 광역‧기초의원 선거 결과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이미 나타났다. 총선에선 대구에서 민주당 당선인이 배출되기도 했지 않냐"(국민의힘 영남 지역구 관계자)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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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중대선거구제 개편이 불러올 균열의 정도가 '민주당의 성지' 보다 '국민의힘의 성지'에 더 클 것이라는 판단이 영남권 의원들을 술렁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PK지역보다는 TK지역 체감이 더하다. "중대선거구제는 민주당보다 우리한테 불리한 게 자명하다. 영남 지역에선 민주당이 가져올 몫이 더 클 것이 자명하지만 호남은 그렇지 않다. 부울경 지역에선 이미 사실상 '반반'이 된 곳도 여럿 있지 않은가. 만일 TK지역까지 그렇게 되면 '내줄 균형'은 많은데 '얻어낼 균형'은 거의 없다. '보수의 성지'만 무너지는 상징적인 상황을 맞이해야 할 수 있다"(국민의힘 TK 지역구 의원)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선거구가 조정되면서 농어촌 지역구 민심이 상대적으로 과소 대표될 수 있다는 점 △각 당에서 복수의 후보를 내는 만큼 순번을 두고 추가 갈등이 예상된다는 점 등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되는 우려 요소들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영남에서 잃는 만큼 수도권에서 의석을 찾을 수 있다고 보지만, 실제 논의를 시작하면 우려되는 지점이 많아서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직접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과거에는 사장됐던 관련 논의가 이번에는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찌감치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선거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며 의지를 보였던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3월 중순까지 총선 관련 선거제도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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