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출연금이 대거 삭감된 TBS의 출퇴근길 시사프로그램이 대거 폐지됐다. 정치 편향성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예고대로 폐지됐지만 진행자 김어준은 유튜브로 둥지를 옮겨 새 채널 개설 수일 만에 구독자 수 30만명을 돌파했다.
2일 TBS 라디오는 출근시간대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출근길엔 TBS'로, 퇴근시간대 시사프로그램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음악방송 '퇴근길 김혜지입니다'로 대체 편성됐다.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 역시 음악방송 '이가희의 러브레터'를 1시간 앞당겨 배치했다.
이들 3명의 진행자는 지난해 말 하차 선언을 했다. TBS는 진행자를 교체하지 않고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는 강수를 뒀다. 현재 해당 시간대 진행자는 모두 내부 아나운서가 맡고 있다.
진보서향의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진행하던 'TBS 아고라' 역시 폐지되고 지역 주민들이 함께 진행하는 '우리동네 라디오가' 시간대를 옮겨 대체 편성됐다. 시사예능을 표방하는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만이 자리를 지켰다.
6년 여간 T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자리를 지켜온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여당 등 정치권으로부터 '정치적 편향성' 비판 받아왔다. 결국 정권교체 이후 서울시와 시의회의 압박을 버티지 못한 TBS는 사실상 시사 편성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TBS의 올해 서울시 출연금은 88억원(27.4%) 줄어든 232억원이 서울시 계획대로 반영됐다. TBS는 당초 412억원을 요청했지만 시는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232억1700만원으로 결정한 대로 조정됐다.
2021년 출연금이 375억원 규모였던 TBS는 작년 320억원(-55억원), 올해 232억원(-88억원)으로 급감하면서 당장 프로그램 제작과 출연료 감당에 차질을 빚게 됐다.
TBS 관계자는 "회사는 사실상 비상경영 상황이다. 외부 진행자를 내부 직원으로 교체해 예산을 긴축할 수 밖에 없고, 2월 새 사장 체제가 되면 당장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감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TBS는 누가봐도 정치적으로 편형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울시의회는 지원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으나 저는 TBS 노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며 "현재로서는 입장은 다르지만 서울시의회와 소통을 통해 논의해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TBS에 무한한 애정이 있다. 진정한 의미의 공영방송이 되면 얼마든지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여러 차례 밝혔다. 그 의지에 변함은 없다"고도 말했다.
특히 교통방송의 기능상 수명이 다한 만큼 미래지향적인 기능의 변화, 비전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공정한 공영방송의 위상을 되찾는 게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오 시장이 추진하려 한 TBS의 방송기능 전환, 시의회의 TBS 지원 폐지 입장은 달랐지만 어찌됐든 TBS를 예산으로 압박해 스스로 굴복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체 예산의 70% 이상이 서울시 지원에 종속되어 있는 만큼 예상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강택 전 TBS 대표이사가 지난달 사표를 내면서 후임 대표 선임 절차에도 탄력이 붙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까지 기한으로 후보를 공모했다.
방송계 전현직 인사 등 10여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내정설이 돌았던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 대표는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류심사와 공개정책설명회, 면접까지 거치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2명 이상의 후보가 오 시장 책상 위에 오르게 된다.
한편, TBS 뉴스공장에서 하차 한 김어준이 만든 최근 새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gyeomsonisnothing)'은 이날 오후5시 32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30일 첫 티저 영상을 올리고 홍보를 시작한지 사흘 만이다.
김어준은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뉴스공장 시즌2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기존 아침 시사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가져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오는 9일 오전 7시 5분 첫 방송을 시작한다"며 "계속해서 전문가들과 만나서 새로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려 한다. '너희가' (뉴스공장)을 없앤다고 없어지는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결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를 위해 TBS 뉴스공장 스튜디오와 똑같은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테이블까지 똑같다며 프로그램 작가들도 모두 데려왔다고 밝혔다.
첫 게스트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언급된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달 23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에서 "김어준씨가 뉴스공장에서 나와 1월 9일부터 유튜브 방송을 한다고 한다"며 "제가 거기 첫날 방송 게스트로 나간다"고 말한 바 있다.
새 방송에는 기존 뉴스공장 고정 출연진이나 다스뵈이다 출연자들이 대거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