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 효과가 있는 '개량 백신'(2가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유인책으로 상품권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도 겸하고 있는 정 위원장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다소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국민들이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논의를 해야 될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집중접종'에도 목표 미달…"현금 같은 상품권 지급 고려해야"
'인센티브' 문제가 재차 거론된 것은 2가백신 접종률이 좀체 오르지 않는 탓이다.
앞서 정부는 작년 11월 21일부터 말일까지 한 달여간 '추가접종 집중접종기간'을 운영하며 60세 이상은 50%,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은 60% 접종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날 0시 기준 고령층의 2가백신 접종률은 대상자 대비 31.1%, 감염취약시설은 52.7%로 이에 못 미치는 상태다.
60세 이상 시·도별 접종현황을 살펴보면, 충북, 충남, 전북, 전남 정도가 평균 이상으로 나타났다. 전라남도는 39.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접종률을 보였다. 수도권과 강원, 경북, 경남, 부산 등이 모두 평균 미만을 기록한 가운데 최저지역은 대구(26.5%)로 파악됐다.
요양병원·시설, 정신건강증진시설 등은 고령층에 비해 목표치에 근접한 편이지만, 5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감염취약시설 접종에 있어서도 전남이 63.4%로 최고치였다. 서울, 경기, 대전, 경북, 울산 등이 평균을 밑돌았는데, 특히 서울은 46.8%로 전국에서 가장 저조했다.
정 위원장은 "아시다시피 서울과 경기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과 경기에서 (접종이) 부진하면 전체적인 평균이 올라갈 수가 없다. 이는 60세 이상 시도별 접종률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또 "이런 분포를 보고 잘하는 곳은 왜 잘하는 건지, 잘 안 되는 곳은 왜 못하는 건지 서로 정보를 교환해서 접종률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독려했다.
당초 정부가 접종자들에게 약속한 △고궁·능원 무료입장 △템플스테이 할인 등의 혜택은 효용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도 꼬집었다. 활동성이 낮아지는 겨울철에 해당 시설을 일부러 방문할 고령층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취지다.
정 위원장은 "답답해서 드리는 말씀"이라며 "차라리 현금에 가까운 문화상품권이 가장 좋겠다. 5천 원, 1만 원 정도에서 지급을 하면 (백신을) 맞으시는 분들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용효과 면에서는 상품권을 지급해서라도 접종률을 올리는 것이 훨씬 더 효율이 높다고 저는 본다"며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때 한 번 제안은 했지만, 추가 논의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안티백서, '무단횡단 교통사고'에 비유…"지원 여부 논의 필요"
아울러 65세 이상의 인플루엔자(계절독감) 예방접종률이 80%에 이르는 점을 볼 때, 같은 연령층 2가백신 접종이 절반도 안 되는 상황(36.8%)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학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란 것이다.
정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들께 코로나 예방접종의 필요성(전달)과, 또 이를 잘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이 다소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독감에 잘 걸리는 사람은 코로나19에도 잘 걸린다. 고령자이거나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수용자"라며 "독감보다는 코로나19가 훨씬 더 아프다. 앓아보면 증상도 오래가고 후유증도 남고, 치명률도 아직까지는 더 높다"고 설명했다.
백신을 수차례 접종했음에도 코로나19에 걸린다는 이유로 추가접종을 꺼리는 이들에 대해서는 접종백신의 '종류'가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라 할 수 있는 우한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초기 백신은 변이에 대응하는 능력이 다소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이 발생이 빈번한 오미크론에 최적화된 백신은 2가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에 있는 개량백신 4가지 종류는 현재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BA.5 계통 바이러스를 직접 막아주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 24.2%의 점유율이 있는 BN.1 변이도 역시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BA.2.75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60세 이상이 개량백신 접종 시 이전 백신에 비해 감염 예방확률이 28.2% 더 높고 중증화율은 4분의 1, 사망률은 5분의 1로 감소한다는 질병관리청의 조사결과도 인용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2가 백신이 기존 백신보다 절반 이상 더 예방효과가 나고, 입원위험을 83% 줄여준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당국에서 접수하는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는 예전 백신(1천 건당 3.7회)의 10분의 1 수준(1천 건당 0.35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치료제 등 당국에서 권고를 따라 줄 것을 요청하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현행 방식을 마냥 지속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정 위원장은 "정말 좋은 백신이 있고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도, 그것을 거부하고 중증에 이르는 등 국가 정책과 완전히 반대로 움직여 문제가 생겼을 때 과연 국가가 언제까지 그분들에게 모든 걸 무상으로 제공해야 될 것인지는 앞으로 생각해봐야 된다"고 밝혔다.
그는 "횡단보도가 있는데도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고,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난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가야 될 길을 제대로 가다가 문제가 생기면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지만, 가지 않아야 될 길을 가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의 문제에 대해서는 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 반해 위중증 환자가 8개월 만에 600명대로 진입한 데 대해서는 "6차유행에 비해 이번 동절기 유행에서의 고령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높은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두 달 이상 장기화되고 있는 유행기간도 한몫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향후 유행상황을 두고는 "지금 확진자 숫자는 정점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며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중환자 숫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