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년차' 올해 엔데믹 가능할까…'중국발 변이'가 막판 변수

오미크론 대유행 거치며 세계 유행‧피해 규모 감소세
국가 별 달라진 주도 변이, 유행 시기…"엔데믹 초입"
엔데믹 전환 흐름…'폭증' 中 새 변이 출현 막판 '변수'
엔데믹돼도 유행은 반복…"면역‧의료체계 강화 필요"

황진환 기자

코로나19 유행이 올해로 4년 차로 접어든 가운데 광범위한 지역에서 큰 피해를 유발하는 '팬데믹'에서 지역별로 풍토병화되는 '엔데믹'으로 갈 수 있을지 관심이다.

엔데믹으로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들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유행과 사망자 등 피해 규모가 줄고 있고, 한 변이가 전세계를 동시에 관통하는 현상이 옅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 폐기 후 확진자가 폭증하는 중국 내 새 변이 출현 여부가 엔데믹을 향한 막판 변수로 꼽힌다.


줄어든 유행‧사망, 국 별 달라진 변이…엔데믹 초입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 유행 변화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유행 규모, 특히 피해 규모의 축소다. 지난해 초 전 세계를 오미크론(BA.1) 변이의 대유행 이후로 여전히 크고 작은 유행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유행의 폭은 조금씩 줄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7일 평균 하루 신규확진자 수. 출처=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에서 세계 각국에서 집계된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는 300만명 수준에 달했다가 7월 여름철 유행의 정점 때는 100만명 안팎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러다 최근 겨울 유행에서는 50만명대 중후반을 오가며 또 규모가 축소됐다.

피해 규모는 더욱 줄었다.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와 델타 등 초기 변이가 번질 당시 전 세계 사망자는 1만4천명(2021년 1월 기준)을 훌쩍 넘기도 했지만, 치명률이 떨어진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거치면서 최근은 하루 평균 1500명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7일 평균 하루 사망자 수. 출처=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유행이 길어지며 확진자 통계 집계 누락 및 검사 기피가 늘며 확진자와 사망자, 중환자 등 피해가 일정 부분 과소 평가된 측면도 있지만, 큰 흐름에서는 감소세가 선명해졌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따른 면역 향상에 더해 코로나19가 변이를 반복하며 치명률이 떨어진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행의 크기만큼이나 세계적으로 공통됐던 유행의 양상 또한, 지난 해에는 앞선 2년과 크게 달라졌다. 기존에는 세계에 공통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했다면 지난해, 특히 하반기부터는 여러 종류의 오미크론 계열 변이들이 제각각의 국가에서 서로 다른 시점에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 여름 BA.5 유행 후 해당 변이의 후손 격인 BQ.1·BQ.1.1가 가을에 유행했고, 현재는 또다른 오미크론 변이가 XBB.1.5가 우세종화를 앞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BA.5가 여름 후 줄곧 우세종이었다가 최근 켄타우로스 변이로 불렸던 BA.2.75 계열인 BN.1이 점유율을 넓히는 중이다.

전반적인 유행의 크기가 줄고, 각국의 면역 상황 등에 따라 유행의 시기도, 주도하는 변이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두고 풍토병화, 즉 엔데믹화의 초입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이러한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이 출현은 마지막 변수…'확진자 폭증' 中에 쏠리는 눈


박종민 기자

하지만 전문가 대다수는 이렇게 쉽게 코로나19가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소 한두 번 더 특이 변이가 출현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 후보지로는 사회 전반의 면역이 낮은 가운데 3년 간 유지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급격하게 풀며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중국을 꼽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만 나온다면 전파력, 치명률이 비슷하게 기존과 유지되니 큰 문제는 없지만 완전히 새로운 변이가 나오면 말이 달라진다"며 "반드시 '생긴다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에서 변이 발생 가능성이 있어 굉장히 주목해서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성 변화를 동반하는 변이 출현의 요건이 △대규모 유행 △낮은 면역 △단기간 내 확진자 급증 등인데 현재 중국의 유행은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로 이웃 나라인 일본을 시작으로 호주‧미국‧프랑스‧캐나다 등 세계 여러 국가들이 중국발 입국자에게 코로나19 검사 의무를 부여하는 등 방역 문턱을 연이어 높이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 또한, 방역 문턱 완화 속 이례적으로 중국에 대해 고강도 방역 조치를 취한 상태다. 이날부터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방문객은 1일 내 PCR 검사를 받아야 하며, 5일부터는 비행기 탑승 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밖에 단기 비자 발급도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항공편까지 축소한 상태다.


"엔데믹=코로나 종식 아냐"…면역확보‧의료체계 개선' 필요


확연하게 특성이 달라진 변이가 만약 출현한다면 엔데믹 전환은 또다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백신과 감염으로 형성된 면역은 오미크론에 맞춰져 있는 만큼 새 변이 앞에서는 큰 효과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변이가 출현한다고 전반적인 엔데믹 흐름을 뒤집을 정도로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엔데믹이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유행 규모는 줄어도 지역 사회에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화를 의미하는 만큼 올해 또한, 사화의 면역을 확보할 방안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의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향후 두세 번 정도 더 의미 있는 변이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은 계속 있었고 중국의 상황 또한, 이미 예상 가능한 변수였다. 그렇지만 새 변이가 등장해도 기존 대응 전략이 무력화될 수준일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작년의 방역 완화 흐름을 잘 이어가려면 백신접종 등 지속적으로 면역을 보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엔데믹 체계에서 한동안 상당 규모의 유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의료체계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행 내내 늘 부족했던 감염병 전담 의료인력을 늘리고 감염병 대응에 적절한 병상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교수는 "예를 들면 지금은 열린 공간에 중환자 병상이 여러 개 있는 식이니 코로나19 환자와 다른 환자를 섞을 수 없다. 그러니 병상이 따로 필요한 식인데 만약 중환자실이 1인실화되면 이런 걱정이 줄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시설, 장비의 변화를 고민하고 또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에 늘 훈련된 의료인력도 준비돼야 한다.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준비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방역정책을 조언하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또한, 지난 26일 향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중장기적 과제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 시설·인력 확보 △응급·중환자, 소아·청소년, 투석·분만 등 진료체계 정비 등을 제시하며 내년부터 로드맵을 마련키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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