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부 1인자 박정천 전격 해임…수뇌부도 모두 교체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을 제외하고 북한군 서열 1위에 해당하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가 전격 해임됐다. 후임에는 과거 처형설이 돌다 복귀한 리영길 국방상이 임명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지난해 말 6일간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조직문제' 결과를 보도하면서 "박정천 동지를 소환(해임)하고 리영길 동지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보선(대체해 임명)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무력기관의 일부 지휘관들을 해임 및 임명하였다"며 "박수일 동지를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으로, 강순남 동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상으로, 리태섭 동지를 사회안전상으로 임명하였다"고 덧붙였다. 군 수뇌부가 모두 교체됐다.

북한군은 한국군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며 작전지휘를 담당하는 총참모장, 사상적 통제를 담당하는 총정치국장, 군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며 군정을 담당하는 국방상 3명을 수뇌부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당의 이름으로 총괄하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박정천과 리병철이었는데, 박정천이 소환된 것이다.

박정천은 2019년 총참모장 임명시에도 포병국장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보통 이 자리는 작전지휘를 한다는 특성상 군단장이나 작전총국장 등을 거친 정통 야전군 출신들이 임명돼 왔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대장에서 차수, 원수로 초고속 승진하며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까지 올랐다. 이 자리는 2010년 9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처음 지명됐을 때 임명됐던 바로 그 자리다. 다만 박정천의 소환 이유는 불명확하다. 리병철의 신상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으로 보아 부위원장 자리는 리병철과 리영길이 함께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리영길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외에 당 비서로도 선출됐지만, 박정천이 함께 맡고 있던 보직 중 하나였던 노동당 상무위원에는 오르지 못했다. 통일부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2월 그가 처형됐다는 문건을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지만, 그해 5월 당 중앙위원회 7기 1차 전원회의에서 그가 등장하면서 엉터리 첩보로 드러나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최근에는 작전총국장, 총참모장, 국방상, 사회안전상(한국 경찰청장에 해당) 등 주요 보직을 오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군단장 출신인 박수일은 사회안전상 임명 6개월 만에 총참모장으로 승진하면서 정치국 위원 자리에도 올랐다. 리태섭은 총참모장에 임명된 지 6개월만에 다시 사회안전상으로 복귀했다. 강순남은 군단장 출신으로 인민무력성 부상을 지냈다. 그가 국방상에 임명됨에 따라 후임에는 오일정 당 군정지도부장이 임명됐다.

물론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과거처럼 한 사람에게 권력을 오랫동안 맡기지 않고, 세대교체와 조직장악을 겸해 군 수뇌부를 여러 차례 물갈이했던 일이 흔했기에 이번 인사가 아주 파격적인 일까지는 아니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누구에게도 군의 핵심 임무를 오래 맡기지 않겠다는 전형적인 북한판 회전문 인사로 볼 수도 있지만, 박정천이 2022년 11월까지 대외적인 강경책을 대변하는 '입' 역할도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의 해임은 2인자 그룹에 대한 관리와 함께, 기대와 달리 성과가 신통치 않았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인민군의 상층부인 총참모장과 국방상, 사회통제기관의 수장인 사회안전상을 모두 교체하였다는 점은 무력기관에 대한 김정은의 불신과 이들의 사회통제 기능에 대한 불만을 동시에 암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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