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신발' 포착해 실종자 찾고, 새벽 칼바람에 떠는 '치매노인' 구한 경찰

치매 증상에 극단 선택 시도 전력 있던 치매 노인 실종
경찰, CCTV 분석해 '같은 신발' 포착…1시간 만에 인계
영하 10도 새벽 벤치서 떨고 있는 80대 치매 노인도 구해
"치매 노인, 구청 제공하는 배회감지기와 연락처 꼭 소지"


"아버지가 교회 얘기를 하셨던 것 같은데…거짓말 같아요."

크리스마스 전날인 지난 24일 오후 4시 10분, 경찰에 '아버지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실종된 A(66)씨의 아들은 추운 날씨에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 아버지가 걱정됐다. 더구나 A씨는 치매 증상도 보이며 이전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신길지구대는 A씨가 1호선 신길역 내 공중전화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역 내 CCTV를 분석했지만, 실종 당시 인상착의를 착용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CCTV를 유심히 살펴본 결과, 아들이 말한 인상착의와는 전혀 다르지만 실종 당시 신발이 비슷한 A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 관내에 설치된 공중전화를 수색하던 중, 최초 신고에서 아들이 '교회'를 언급했던 것을 기억했다. 아들은 A씨를 믿지 못했지만 경찰은 이에 착안, 교회 근처 CCTV를 수색해 A씨와 유사한 인상착의를 한 인물을 발견했다. 신고 1시간 만인 오후 5시 8분 경찰은 A씨를 찾아 가족에 품으로 돌려보냈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이 실종된 치매 노인들을 수색 끝에 안전하게 찾아낸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연말에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만큼 치매 노인들의 안전이 더욱 주의된다.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던 지난 26일 새벽 1시 35분. 영등포서 당산지구대는 "길을 잃은 할머니가 혼자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본 할머니 B(84)씨는 겉옷도 입지 않은채 길가 벤치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다.

우선 고령의 B씨가 오랫동안 추위에 떨고 있어 체온을 보호하는 것이 시급했다. 경찰은 B씨에게 핫팩을 건네주고 담요를 덮어주며 초동 조치를 했다. 이어 신원을 파악하려고 시도했으나 B씨가 치매 증상이 있어 쉽지 않았다. 경찰은 원스톱신원확인시스템을 활용해 B씨의 신원을 특정했고, 인접 관서에서 할머니를 찾는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을 확인해 무사히 인계할 수 있었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치매 노인들의 실종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경찰 관계자는 "치매가 심한 경우 본인 확인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치매 어르신들에게 각 구청에서 제공하는 배회감지기와 연락처를 소지하도록하면 보다 빠르게 가족의 품에 인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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