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반려하자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29일 특수본 김동욱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최 용산소방서장 구속영장 관련 서부지검이 요구한 보완수사 내용 중에는 그동안 검찰 의견에 따른 보강 수사를 통해 상당부분 이미 수사 기록에 적시돼 있는 것들"이라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상당 부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특수본과 서부지검은 참사 책임 규명을 위해 그간 원활하게 협의해왔다"며 "12월 초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한차례 기각된 이후 3주 동안 주요 기관 책임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를 위해 다양한 수사 의견을 상호 교환, 강도 높은 보강수사를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소방서장의 구조상 과실과 피해자들의 사망 간의 인과관계와 관련, 피해자 158명의 생존 시간과 방치 시간 등을 특정해 달라고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며 "하지만 이는 일부 피해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데다가 (검찰과 경찰이) 이 부분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음에도 보완 수사 요구에 포함됐다"라고 지적했다.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생존·사망시간을 알 수 없는 데다가 지인이나 가족을 통해 이를 특정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데, 검찰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보완수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면서도 "최대한 신속히 새로운 보완수사 요구에 대해 수사한 뒤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 서장은 참사 직전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참사를 초래하고, 참사 발생 후에도 적절한 구조 지휘를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특수본 수사를 받아 왔다.
특수본에 따르면 최 서장은 현장에 도착한 이후 즉각 3단계를 발령하고 지휘 선언을 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고, 현장에 임시 응급 진료소를 설치했지만 긴급·응급 분류 등도 하지 않았다. 당시 무전에 따르면 '응급 분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언급이 나오지만 이를 하지 않고 희생자 대부분을 순천향대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다.
한편 특수본은 전날 서울시, 경찰청, 소방청,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직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 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는 소방청 119대응국장과 119종합상황실장을 허위 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혐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소방청 수사 과정에서 직원 1명에 대해 같은 혐의가 발견돼 추가로 입건하기도 했다. 이들은 참사 당일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운영하지 않고도 운영한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수본은 서울시 간부들이 참사 당일 카카오톡 단체방을 만들어 '모바일 상황실'을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대화방에는 언론 배포용 자료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사고 발생 직후 가동했다'고 거짓 기재하라고 지시하는 정황 등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관련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용산서 직원 등 일부 피의자들은 오는 30일쯤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