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30대 남성의 범행은 집을 찾은 여자친구가 고양이 사료를 찾다가 옷장 속에서 택시 기사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이모(32)씨의 여자친구 A씨는 고양이 사료를 찾기 위해 집 안을 뒤지다가 끈으로 묶여있던 옷장을 열었다.
그런데 짐들 아래에서 60대 택시 기사 B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충격 속에 112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20일 이씨가 택시 기사를 살해한 날 자신의 가족과 식사를 한 뒤 음주운전을 말리는 문제로 다투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결국 운전대를 잡았다가 B씨의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B씨를 파주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가 살해했다. 이씨는 "B씨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합의금과 수리비를 충분히 주겠다고 했었다"고 진술했다.
일산동부경찰서는 이씨와 관련해 통신 기록과 금융계좌 거래내역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영장을 전날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경찰은 범행이 모두 우발적이었다는 이씨의 주장과 달리 금품을 노린 계획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이씨는 "지난 8월 7~8일 집주인이자 동거녀였던 50대 여성 C씨와 생활비 문제로 다투다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그는 "집 안에서 자전거 수리 중 다툼이 생겼다"며 "들고 있던 둔기를 던졌는데 죽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 내부 감식 결과 벽에서도 핏자국이 발견되는 등 우연한 사고로 보기 어려운 정황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씨는 추가 범행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캠핑용 왜건에서 발견된 혈흔은 처음에 C씨의 시신을 넣어서 옮기려다가 작아서 천으로 된 차량용 루프백에 다시 담는 과정에 묻었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대출받는 등 7천만원을 썼으며, 동거녀 명의 아파트에는 3개의 카드사로부터 1억여원의 채무로 인한 가압류가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씨가 짧은 기간 연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만큼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이코패스 검사도 이날 진행할 계획이다.
이씨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할지 검토하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