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내년 1%대 '경기침체 터널' 진입…더욱 커지는 R의 공포 (계속) |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가 되살아나는 등 올해 들어 팬데믹 기저효과를 누렸던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경기둔화를 넘어서서 침체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둔화 속도가 전 세계에 걸쳐 점점 가팔라지고 있는 데다, 수출 부진의 지속과 고용 전망 또한 밝지 않기 때문이다.
일제히 하향조정된 경제성장률 전망치…'1%대'로 수렴
정부는 최근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수정했다.
지난 6월의 2.5%보다 0.9%p, 1% 가까이 하향된 것이자, 주요기관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다른 주요 기관들의 전망도 이미 1%대로 진입해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9월 1.9%로 낮춘 것을 시작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이 1.9%, 한국금융연구원 1.7%, 한국개발연구원(KDI) 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한국은행 1.7%, 산업연구원 1.9% 등 하향조정이 이어졌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낮아진 때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의 -5.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0.8%, 코로나19 팬데믹 첫 해인 2020년의 -0.7%, 단 3차례뿐이었다.
때문에 주요 기관들이 일제히 1%대 성장을 전망한 것은 내년 한국경제가 단순히 '경기가 나쁜' 정도를 넘어서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평소 연구기관들보다 다소 높은 수치를 제시해왔던 기획재정부가 오히려 주요 기관들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는 것은 위기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전 세계 경제상황을 솔직하게 제시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수출 중심 경제인데 부진한 수출…세계경제 침체, 러-우 전쟁 지속에 쉽지 않은 부진 탈출
내년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9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수출 부진이다.
올해 무역수지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폭의 적자를 지난 8월부터 5개월 연속 경신하고 있다.
수출의 최대 효자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부진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얼어붙고 있는 점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OECD가 전망한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2%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오일 쇼크 등 초대형 악재가 발생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197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중국의 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자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2%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는 이미 지난 10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는 수출이 내년에도 4.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생산·고용·소비로 이어지는 '부진' 도미노…"경기침체 터널에 진입…대비책 살펴야"
한국 경제가 수출 중심 경제인 탓에 수출 부진은 도미노처럼 다른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산은 이미 위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지수는 110.5로 전월 대비 3.6% 낮아졌는데, 이는 2020년 5월의 7.5% 감소 이후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산업 생산 또한 전월 대비 1.5% 감소하면서 역시 2020년 4월의 1.8% 감소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의하면 이번 달 전체 사업 업황 BSI는 74로 지난달보다 1포인트 낮은 수치이자 2020년 10월의 74 이후 2년 2개월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추세로도 9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수출과 생산 부진은 고용 전망을 어둡게 한다.
KDI와 한국은행은 내년도 취업자 수를 각각 8만명과 9만명 선으로 전망했다.
KDI 79만명, 한국은행 82만명 등 올해 전망치의 10분의 1 수준으로,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고용이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해도 상당한 수준의 감소 폭이다.
수출과 생산, 고용이 모두 부진함에도 물가는 여전히 높다보니 소비 또한 살아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다. 올해의 5.1%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그동안 제어해왔던 전기와 가스요금이 내년 들어 2배 안팎으로 오를 예정인데다, 같은 공공요금인 전철과 상하수도 요금 또한 오를 예정이어서 개인 소비자의 지갑 사정은 더 좋지 않아질 전망이다.
정부의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올해 4.6%에서 내년 2.5%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고, 한국은행 전망치 또한 올해 4.7%에서 내년 2.7%로 비슷한 수준의 감소 폭을 보였다.
KDI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기의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이 상존하고는 있지만, 최근 주요기관들의 전망치 하향에서 나타나듯 사실상 침체에 가까운 경기둔화의 터널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누가 봐도 좋아지지 않을 것이 확실한 만큼 실질소득이 감소한 가계에 대한 정책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