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모양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향후 소속 의원들이 추가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것을 우려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무더기 반대표…체포 부결 21대 첫 사례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서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이날 정의당 의원 6명 모두 체포동의안 '찬성'에 표결한 만큼, 169석의 민주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도 이날 표결에 앞서 "이건 정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사람 잡는 수사"라며 "제 구속영장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청구됐다. 제게 정당하게 방어할 기회를 달라"라며 부결을 호소했다.
당내에선 처음부터 검찰의 '야당 탄압'에 맞서기 위해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해야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21년간 기자로서 강직하게 살았고, 의정활동을 하면서 정의로운 역할을 해온 노 의원의 말이 맞지 않겠냐는 발언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또 당내에서도 의원들을 상대로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결'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의원은 "현금 다발이 (노 의원) 집에서 발견된 게 국민정서에는 맞지 않지만, 노 의원의 해명은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방탄 정당'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례는 21대 국회에서 노 의원이 처음이다. 앞서 정정순(민주당)·이상직(무소속)·정찬민(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로 넘어온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민주당 지도부도 정치적 부담과, 혹시 모를 이탈 표 등을 우려해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당론에 부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 사법리스크 등 반영…"이상직 때와는 달라"
민주당이 이날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민주당의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은 개인에 대한 비호 차원도 있겠지만, 섣불리 가결되도록 놔뒀다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민주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에 이어 향후 민주당 의원들이 추가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과거 이상직 전 의원의 사례와는 명백히 다른 '검찰의 정치탄압'이라고 강조한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노 의원의 사례는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피해자도 명확한 이상직 전 의원의 사례와는 다른 것"이라며 "전혀 구속영장 청구 감이 아닌 사례를 가지고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킨다면, 앞으로도 검찰의 힘은 더욱 어마어마해질 것이고 통제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지난 2020년 2~12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등의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모두 6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검찰은 노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현역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이 적용돼 법무부가 지난 14일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