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운영권 빼앗으려고…제주 3인조 강도살인 사건 전말

경찰, 강도살인 혐의로 박씨와 김씨 부부 등 3명 구속 송치

제주 3인조 강도살인 사건을 주도한 박모(55)씨. 고상현 기자

'제주 유명식당 대표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3명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범행을 주도한 박모(55)씨는 금전적인 문제로 피해자의 식당 운영권을 가로채려고 범행을 계획했다. 박씨 지시로 범행한 김모(50)씨는 교통사고 유발 등 7차례 범행을 시도한 끝에 피해자를 살해했다.
 

교통사고 유발 등 7차례 범행 시도 끝에 피해자 살해

 
28일 제주동부경찰서는 강도살인 혐의로 박씨와 김씨, 김씨의 아내 이모(45)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당초 김씨와 이씨는 살인, 박씨는 살인교사 혐의를 받았지만 혐의가 변경됐다.
 
김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 2분과 10분 사이 제주시 오라동 한 빌라에서 50대 여성 A씨의 머리와 목을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다. 경찰이 사건 현장을 확인한 결과 현장에는 저항 흔적이 없었다. 김씨가 집에 숨어 있다가 귀가한 A씨를 곧바로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김씨는 주택에서 A씨의 명품가방과 현금 수백만 원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이후 거주지인 경남 양산시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 금품을 숨겼다. 경찰은 금품을 모두 압수했다.
 
김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고향 선배인 박씨의 지시로 김씨는 지난 9월부터 10월 사이 3차례에 걸쳐 A씨가 운영하는 식당 주변에서 교통사고로 A씨를 해치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많거나 제한속도로 범행을 실패할 것을 우려해 실행까지는 못했다.
 
제주 3인조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50)씨. 고상현 기자

지난달부터는 박씨가 알려준 집 비밀번호로 주택에 침입하려 했으나 비밀번호가 틀려 들어가지 못했다. 지난달 10일 김씨는 A씨 주거지 인근에서 기다리다 A씨를 해하려 했으나 우연히 지나가는 순찰차를 보고 범행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범행을 실패하자 김씨는 방법을 바꾸게 됐다.
 
김씨는 이달 초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A씨 주택 현관문 앞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안 뒤 지난 16일 주택에 침입해 있다 피해자를 둔기로 살해했다.
 
경찰은 김씨가 수차례 범행을 시도하기 위해 제주에 내려올 때마다 늘 아내 이씨가 함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A씨의 이동경로를 쫓아 김씨에게 알려주는 등 공범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김씨 부부는 이번 사건을 주도한 박씨와 범행 전후로 수시로 연락하며 상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 피해자 식당 운영권 가져오려 7월부터 범행 계획

 
박씨는 이번 범행을 왜 계획했을까.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8년부터 피해자 A씨와 알고 지냈다. A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관리이사로 일했다. 특히 박씨는 주변에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A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공동투자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A씨 식당은 주식회사로 등록된 곳이다.
 
하지만 박씨는 올해 초부터 금전적인 문제로 A씨와 사이가 틀어졌다. "박씨가 A씨에게서 수억 원을 빌렸는데, 차일피일 갚지 않고 미루자 A씨와 크게 다퉜다. 아울러 A씨가 박씨의 소개로 구매하게 된 땅이 민‧형사상 소송에 휘말리면서 사이가 틀어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의 아내 이모(45)씨. 고상현 기자

급기야 박씨는 지난 7월부터 당시 금전적인 문제로 어려웠던 김씨 부부를 만나 A씨를 해하기 위한 모의에 들어갔다. 박씨는 이들 부부에게 범행 착수금 성격의 현금 3500만 원을 지급했다. 범행 이후에는 김씨의 채무 2억여 원을 변제해주고, 식당 공사 운영권을 주겠다고 꼬드겼다.
 
특히 박씨는 A씨가 숨질 경우 A씨의 식당 운영권을 가져오려고 했다. 사건 이전에 A씨가 사업 확장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어려워지자, 박씨는 A씨와 함께 자신의 명의로 된 땅 3필지 등을 담보로 수십억 원을 빌렸다. 이를 빌미로 식당 운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박씨는 생각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숨질 경우 상속권은 유가족에게 돌아가지만, 박씨는 유족에게 피해자와 공동으로 근저당 잡아놓은 것을 빼버리겠다고 협박해 식당 운영권을 가져오려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검찰 송치 과정에서 박씨는 '범행을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 사주는 안 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이씨 부부는 모두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범행 직후 김모(50)씨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캡처. 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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