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수지에 대해 '국민호텔녀'라는 표현을 쓴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2017년 2심 재판부가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하며 논란이 됐는데 대법원이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4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북부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5년 수지 관련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에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 호텔녀", "영화 폭망 퇴물 수지를 왜 OOO한테 붙임? 제왑(JYP) 언플(언론 플레이) 징하네"라는 댓글을 달아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거품'이나 '국민호텔녀', '퇴물' 등 표현이 수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적 단어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A씨 측은 "기획사의 상업성을 비판하고 연예인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4월 1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의 표현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밖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2심에서 판단이 무죄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2017년 11월 "연예인 등 공적 인물에 대한 모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는 비연예인과 언제나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며 "공권력이 모호한 기준으로 형사 처벌이라는 수단을 쓸 경우에는 국민에게 위축 효과를 일으키고 자기검열을 강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다시 이 판결을 뒤집었다. A씨가 사용한 표현 중 '국민호텔녀'가 모욕죄에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수지를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한 표현이다. 여성 연예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멸적인 표현으로 정당한 비판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거품'이나 '영화 폭망', '퇴물' 등 표현은 공적인 영역에 대한 비판으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