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쌍방울과 밀접한 기업인 KH그룹도 대북 송금 의혹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 미승인 대북 사업에 관여한 두 그룹 관련자들을 입건하고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논현동의 KH그룹 본사를 비롯해 계열사 사무실, 관계자 주거지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KH그룹이 쌍방울그룹과 마찬가지로 대북 경협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북측에 돈을 보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쌍방울은 2019년 전후 계열사 등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640만달러(당시 한화 72억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측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쌍방울 김 전 회장은 2019년 5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함께 중국에 방문해 북한의 대남 민간 부문 경제협력을 전담하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와 만나, 북한 희토류 주요 매장지인 단천 특구 광물자원 개발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쌍방울뿐 아니라 KH그룹도 민경련과 대북 사업 관련 합의서를 체결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고 한다. 검찰은 당시 배 회장이 민경련과 합의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 등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H그룹이 민경련 측과 경협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자금을 북측에 건넸을 것으로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KH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은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방해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이 합동으로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장소가 동일해 양 검찰청이 사전 협의를 통해 같이 진행하는 것으로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신준호 부장검사)는 춘천지검으로부터 KH그룹의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방해 사건을 넘겨 받아 수사해왔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지난해 6월 공개 입찰을 거쳐 알펜시아를 7115억원에 매각했는데, 입찰에 참여한 기업 2곳이 모두 KH그룹 계열사로 확인되며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엔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의 주거지와 강원도개발공사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KH그룹이 알펜시아의 경영권을 외국계 자본에 넘기는 것을 조건으로 자금을 마련한 뒤 이를 입찰에 활용해 '무자본 M&A' 방식으로 알펜시아를 인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한 계열사 사무실에는 KH그룹의 자금 담당 부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알펜시아 입찰과 관련해 본격적인 자금 추적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 검찰청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참고인 조사를 거쳐 주요 관련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배 회장은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며 지명수배가 내려져 있다. 그는 해외 도피 중인 김 전 회장과도 사업적으로 긴밀한 관계여서 검찰은 두 사람의 신병 확보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